안전규정까지 어기며 ‘태풍급 조류’ 속으로… 목숨 건 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30일 인천 백령도 인근 천안함 함수 침몰 지점 해상에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들이 수심 24m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함수에 인도용 밧줄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산소통을 메고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30일 인천 백령도 인근 천안함 함수 침몰 지점 해상에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들이 수심 24m 지점에 가라앉아 있는 함수에 인도용 밧줄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 산소통을 메고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사투 벌이는 구조대

1초가 아쉽다
심해장비 설치 3~4일 걸려
시간에 쫓겨 산소통 달랑

공포의 심해
어제 음력보름… 유속 빨라져
손전등 비춰도 ‘시계 30cm’

미로같은 함미

개펄에 박혀 이동통로 막혀
해치 4개 열어야 침실 도달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과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 등 잠수요원들이 천안함과 함께 실종된 46명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잠수 안전규정까지 무시한 채 한계를 넘는 탐색 및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닷속에는 잠수요원들의 생명을 노리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생명까지 빼앗길 수 있는 극한 환경이 바로 천안함이 가라앉아 있는 백령도 인근 바닷속이다. 결국 30일엔 구조활동을 벌이던 UDT 요원 한주호 준위가 생명을 잃었다.

○ 빠른 유속과 시계 제로

잠수요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사고현장의 바닷속 환경. 물살이 빠르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육안으로 물체 식별이 어렵다. 해군 해난구조전문가인 송무진 중령은 30일 브리핑에서 “조류가 굉장히 빠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서해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알아주는 조류가 빠른 지역”이라고 말했다.

30일 사고 해역의 유속은 5.3노트였다. 이날이 음력 보름으로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커 유속이 평소보다 빨랐다. 송 중령은 “대략 3∼4노트면 태풍이 불 때 빌딩 옥상 위에서 혼자 바람을 맞을 때와 비슷하다”며 “(바닷속 저항은) 공기저항의 1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물속에서 잠수요원이 볼 수 있는 거리는 손전등을 쓰더라도 30cm에 불과하다. 손목시계를 겨우 볼 정도다.

○ 낮은 수온

30일 한 준위의 생명을 앗아간 바다 온도는 섭씨 3도. 이 온도에서 잠수할 경우 또렷한 의식을 갖고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이다. 이 시간을 넘겨 잠수를 계속할 경우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으로 저체온증에 걸리면 심장과 뇌, 폐 등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고 25도 이하가 되면 심장이 정지한다. 한 준위의 사망 원인도 바로 저체온증이었다.

○ 45m의 깊은 수심

함미가 가라앉은 곳의 수심이 45m(당초 발표 40m를 수정)인 것도 잠수요원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수심이 40m 이내일 경우에는 산소통만 메고 스쿠버로 잠수를 하지만 수심이 40m 이상일 때는 심해잠수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잠수요원들은 산소통만 메고 잠수를 하고 있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빨리 찾기 위해서다. 안전규정에 따르면 수심 40m 넘게 잠수하려면 심해잠수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잠수복과 산소연결선에 산소를 주입하는 등 심해잠수장비를 설치하는 데 3∼4일이 걸린다. 송 중령은 “스쿠버로 잠수할 수 있는 수심은 40m 이내인데, 안전규정을 위배하며 잠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수(艦首) 부분에 대한 탐색작업이 함미에 비해 진척이 빠른 것도 함수가 가라앉은 곳의 수심이 24m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 배 위치와 격실 구조


함수의 경우 배가 뒤집히면서 함체 복도 부분이 개펄에 박혀 이동통로가 막혔다. 게다가 사고 당시 충격으로 출입문이 뒤틀려 있고 내부에 격실이 워낙 많아 이를 뚫고 가는 것 자체가 잠수요원들에게는 부담이다.

군은 함미에서 격실 해치 문을 찾아 이 문을 통해 함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송 중령은 “일각에서 선체를 뚫고 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지금 상태에서 함체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며 출입문을 통해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미의 경우 침실까지 들어가려면 최소 4개의 격실 해치를 열고 들어가야 한다.

○ 한 번에 잠수요원 2, 3명만 잠수


군은 수면 위에서 함수와 함미에 ‘인도용 밧줄’을 연결해 뒀다. 인도용 밧줄은 잠수요원들이 길을 잃지 않고 바닥에 있는 배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줄이다. 잠수요원들은 이 줄을 잡고 잠수를 하기 때문에 잠수요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한 번에 물속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 3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많은 잠수요원이 여러 차례 교대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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