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구조 천안함 침몰사고 6일째인 31일 해병대 현장지휘소가 차려진 인천 옹진군 백령면
장촌포구 해안에 수색용 고무보트가 늘어서 있다. 이날 백령도에는 안개가 짙게 끼고 파도가 높아 실종자 수색작업이 중단됐다.
백령도=전영한 기자
해군 초계함 천안함 사고 해역에서 6.4km를 떠내려간 뒤 침몰된 함수 부분의 내부가 바닷물로 가득 차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종자는 대부분 함미 쪽에 있을 것으로 추정돼 함미 쪽의 격실에도 물이 차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백령도 해역에서 생존자 구조작업에 동참한 전직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동지회 회원들은 31일 순직한 한주호 준위(53)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국군통합병원을 찾았다.
동지회 회원인 김진호 씨는 “지난달 30일 작업 때 함수 부분 내부 진입에 성공했다”며 “함수 내부의 격실은 이미 바닷물로 가득 차 있고 구명보트 등 온갖 집기가 떠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자들의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
김 씨는 “함수 쪽 일부 격실은 출입문이 완전히 찌그러져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절단면도 굉장히 날카로운 상태라 들어가기 어려웠지만 간신히 진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들도 “한 준위가 순직하기 전 ‘절단면이 굉장히 날카로워서 라이트를 비춰보니 칼같이 삐쭉삐쭉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조류만 빠르지 않다면 잠수사들이 함수 부분에 진입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출입이 가능한 격실마다 로프를 연결해 놓고 빠져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정밀한 수색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은 1일 다시 백령도로 돌아온 뒤 해난구조대(SSU)의 협조를 얻어 함미 부분 수색작업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 구조작업 중단
침몰 사고 6일째인 31일 기상 악화로 해군의 수중작업이 중단되는 등 수색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었다. 1일에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파도가 2∼4m로 높아져 구조작업이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31일 구조활동 지역은 흐리고 비가 내렸으며 파고는 1.5∼2.5m로 높고 수온은 섭씨 4.2도로 낮은 데다 유속마저 5.6노트로 상당히 빨라 기상악화로 작업을 일시 중지했다”고 밝혔다. SSU 대원 등은 이날 조류가 약해져 잠수가 허용되는 정조(停潮)시간에도 작업을 하지 못한 채 해상에서 대기했으며 야간 수색도 차질을 빚었다.
구조작업이 재개되면 본격적인 선체 진입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참 정보작전처장인 이기식 준장은 31일 브리핑에서 “함미와 함수 쪽에 진입을 위한 출입문을 1개씩 확보했다”며 “대원들이 서서히 들어갈 수 있도록 통로를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SU 전문가인 송무진 중령도 “선체를 뚫으려면 전류 때문에 위험할 뿐만 아니라 1주일가량 시간이 걸린다”며 “통로를 개척해서 선실 내부로 들어가는 게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군은 한 준위가 30일 순직하고 SSU 요원들이 실신하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대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하고 건강 상태도 점검했다.
군은 이날 잠수규정을 어겨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는 지적에 적극 반박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군 요원들이 특수장비 없이 45m 잠수를 하는 경우는 없다. 대원들을 격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 중령도 “UDT 요원들은 전투요원이기 때문에 심해잠수는 어렵지만 열정을 가지고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다”며 “다들 악전고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령도 인근의 기상 상황은 당분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종자 수색에 차질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비가 그치는 1일 오후부터는 찬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파도가 2∼4m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일에도 바람이 초속 10∼14m로 강하게 불고 파도도 2∼3m로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리 현상도 3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이 기간 만조 시 바닷물의 수위가 3.1∼3.3m로 평소보다 1m가량 높아진다. 수위가 높은 만큼 사고 해역의 수심이 깊어지고, 조류 속도도 빨라진다. 함미 발견 해역의 유속은 1일 최대 초속 2.1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기상 여건이 나아지는 대로 함수와 함미 내부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한편 다음주부터는 함체 인양을 병행할 계획이다. 한편 해경은 경비함정을 동원해 폭발 직후 천안함에서 빠져 나와 사고해역 인근에 표류했을 가능성이 있는 실종자 수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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