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밀린 ‘私교육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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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일 03시 00분


‘심야 학원 금지’ 조례 서울만 수용… 15개 시도 “보류”

“학원 표 워낙 조직적이라…”
선거 앞둔 교육위원 몸사려
교과부 “협조 외 대안 없다”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추진해온 학원 교습시간 제한 정책이 좌절됐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지난해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처음 추진 의사를 밝힌 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가세하며 현 정부의 첫 번째 사교육 대책으로 추진돼 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2월 29일 학원 및 교습소의 운영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해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시도별 조례를 개정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31일 현재 학원 교습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곳은 서울 한 곳뿐이다. 교과부는 이날까지 학원 교습 시간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처리해줄 것을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위원회에 권고했지만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는 조례를 개정하지 않았다. 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위에 따르면 12개 시도교육위는 개정안을 ‘의결 보류’ 처리했고, 대구·광주·대전교육위는 임시회가 남아 있지만 처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 교육위 임기가 끝나는 6월 30일까지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위가 개정안 의결을 보류한 데는 6월 지방선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계에서는 “학원 표는 워낙 조직적인 표이기 때문에 교육위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이들에 반하는 의견을 내놓기는 어려워 뒤로 미루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 교육위 의장은 “전국적으로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라며 “선거 정국에서 정상적인 여론을 듣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을 미룬 것이다. 선거에 출마하려고 생각하는 인물들은 이익 단체(학원연합회) 의견을 대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다른 교육위 의장도 “지난달 충남 온양에서 열린 전국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 때 선거 이후로 조례 심사를 미루자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전했다.

시도교육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교과부는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일일보고를 받으면서 조례 개정을 재촉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조례 개정은 시도교육위와 시도의회 권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협조를 구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일단 1일 전국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조례 개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단체들은 낙선운동까지 검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모든 교육정책이 정치에 예속되는 느낌”이라며 “전국적으로 교육감 및 교육위원 후보들에게 조례 개정에 대한 찬반을 물어 친(親)학원파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사모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낙선 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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