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 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53)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는 빈소가 차려진 지 사흘째인 1일 궂은 날씨에도 추모 행렬은 이어졌다.
이른 오전에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어머니가 조문했다. 고 박동혁 병장과 황도현 중사, 윤영하 소령의 어머니들은 8년 전 서해상에서 아들을 보냈었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들도 너무 어린 나이에 갔는데….” 박 병장의 어머니인 이경진 씨(54)는 8년 전 이곳에서 울고 절하던 일이 생생한 듯 빈소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아들은 벌써 갔지만 사고 소식에 잠도 잘 못 잤습니다.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픕니다.” 윤 소령의 어머니 황덕희 씨(65)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의 어머니들은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지 8년 만에 천안함 침몰로 아들 같은 장병 46명이 실종된 것에 대해 자기 일처럼 슬퍼했다. 조문을 마친 이들은 잠시 안정을 취하느라 빈소를 비운 고인의 부인을 따로 만나지 않았다. 두 다리로 서 있기조차 힘든 유가족의 심정을 잘 안다는 듯 조용히 빈소를 떠났다.
오전 10시 반경에는 입관식이 거행됐다. 부인 김말순 씨(56)는 한 준위의 관을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태극기를 덮은 채 냉동고에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 씨는 결국 실신해 응급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사관 후보생 시절, 고인과 한방을 썼다는 정태규 씨(56)는 입관식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 “군에 있을 때 한 준위는 아래층 침대를 썼는데, 밤마다 이야기를 나누다 내려보면 웃고 있던 한 준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딸 슬기 씨(19)는 “아버지는 평생 실패를 모르시던 분”이라며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실패인 것 같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찍 가신 아버지가 원망은 되지만 자랑스럽습니다.”
전날에 이어 군 관계자들의 발길도 그치지 않았다. 한 준위와 함께 바다를 누볐던 군 동기들이 속속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억했다. 역대 해군참모총장들도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현인택 통일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양 국가보훈처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이 조문했다.
빈소가 차려진 지난달 30일부터 1일 오후 5시 현재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모두 4000여 명으로 이 중 일반시민 조문객도 100여 명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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