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EBS 수능 강의 및 교재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수험생의 체감 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모의평가를 통해 수험생이 느끼는 연계율과 반응을 살핀 뒤 실제 수능에서 70%를 반영하는
방식과 연계 문항의 난이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연계 방식은 영역에 따라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위너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BS 수능 대비용 교재는 크게 3개 시리즈가 뼈대를 이룬다. 6월까지는 각 영역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수능특강’을, 여름방학 기간에는 문제풀이에 초점을 맞춘 ‘10주 완성’을, 마지막 두 달간은 ‘파이널 실전모의고사’를 이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외에도 ‘시문학’ ‘소설문학’ ‘수필 및 극문학’ ‘비문학’ ‘쓰기 및 어휘어법’ ‘고득점 300제’ 등 6종류와 ‘라디오 고교 국어듣기’가 있다.
이번 교육과학기술부의 발표에 따라 수험생은 EBS 언어영역 교재 10권을 학습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EBS 교재에 실린 문학 작품은 현재 발간분(10주 완성, 고득점 300제, 파이널 실전모의고사 제외)을 포함해 약 300개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교재에 수록될 작품이 160여 개임을 감안하면, 수험생은 500여 개의 문학작품을 학습해야 한다. 여기에 18종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까지 계산하면 가히 엄청난 분량이다. ○ 수능과 EBS 연계 방법은?
평가원이 밝힌 70% 연계(連繫)율의 의미는 뭘까? EBS 교재에 내용이나 원리 개념을 직접 활용해서 수능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EBS 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나 개념은 물론 각종 통계나 표, 그래프를 그대로 활용하고 지문을 축소하거나 확대, 변형해서 다른 문제를 내더라도 교재에 나온 문항을 이해하면 연관해서 풀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언어영역의 경우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을 재구성하거나 보완해 다른 유형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즉, 수험생이 연계를 체감하도록 같은 지문을 내거나, 지문의 앞뒤를 겹치게 하거나, 같은 유형의 문제를 다른 지문에서 내는 방식이다.
○ 과거에는 어떻게 반영됐나
그동안 수능 언어영역의 ‘문학 읽기’에서는 7차 교육과정이 반영된 교과서의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하되, 특히 EBS 교재와의 연계를 가장 비중 있게 고려했다. 교육당국이 사교육비를 경감하자는 취지로 2005학년도부터 EBS 수능 방송을 강화하고 수능과 EBS와의 연계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활용한다고 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문제가 출제됨에 따라 수험생은 “새로운 작품을 출제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수험생이 EBS와의 연계율을 체감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히려 6, 9월 평가원 모의평가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이 수능에서 다시 출제됐을 때 수험생은 쉽게 알아차렸다.
2010학년도 수능을 보자. 출제된 4개의 문학작품은 EBS 교재에서 다뤘던 작품이지만 문학 교과서와 시중 교재에서도 많이 다뤄졌다. 수험생이 낯설게 느낀 작품인 현대시 ‘지리산 뻐꾹새(송수권 지음)’는 문학 교과서와 EBS 수능 교재에 모두 실려 있지 않았다.
2009학년도 수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학의 경우 EBS 교재에 실린 작품이 여럿 있었으나, 대부분 문학 교과서나 시중 교재에서도 다룬 작품이었다. 생소하게 느낀 현대시 ‘나뭇잎 하나’(김광규 지음)는 EBS 교재와 문학 교과서에 모두 수록돼 있지 않았다.
○ 올해는 어떻게 될까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이 교과부 등과 다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겠지만 전년도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에는 출제진이 수능이 끝난 뒤 EBS 교재와의 연계성을 검토했다면, 올해는 출제시점부터 교과서와 EBS 교재를 참고자료로서 활용하기 때문이다. 즉, EBS 교재를 교과서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또한 출제 과정에서 교육과정 준수 여부 등을 검토하는 검토진에 EBS 교재 집필진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수험생이 EBS에서 공부한 내용이라고 체감할 정도로 연계율을 높이겠다는 교육 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2009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고전시가 ‘춘면곡’은 EBS 교재에서 여러 차례 다뤘던 작품이다. EBS에서만 다룬 작품으로는 ‘사령’(김수영, 2008학년도) ‘만분가’(조위, 2007학년도) ‘인동차’(정지용, 2006학년도) ‘야청도의성’(양태사, 2006학년도) 등이 있다. 올해는 이런 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어떻게 학습할까
EBS 수능 방송을 꼭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EBS 교재 10권은 빠짐없이 학습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강의 내용을 수능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만일 평가원의 발표대로 강의에서 출제된다고 해도 그것은 현직 교사가 강의하는 커리큘럼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EBS 교재를 학습할 때는 문제보다는 지문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비문학 작품보다는 문학작품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문제 유형과 문제풀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휘어법의 경우 다뤄지는 소재나 형식을 꼼꼼히 학습할 필요가 있다.
■ 듣기: 일주일에 2번 30분씩 FM라디오와 인터넷으로 방송되는 ‘라디오 고교국어듣기’를 청취하는 것이 좋다. 과거 EBS 교재에서 처음 시도됐던 ‘소리답지형 문항’이 수능에 그대로 반영된 적이 있으므로 고교국어듣기 교재에서 다뤄지는 화제나 형식, 문항 유형을 눈여겨봐야 한다.
■ 쓰기, 어휘어법: 듣기와 마찬가지로 교재를 참고하면서 문항 유형과 소재를 잘 살펴야 한다. 쓰기의 경우 기존의 문제 유형이 새로운 형태로 바뀌어 출제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어휘어법에서 다뤄진 어휘가 비문학이나 문학에서 어휘 문항으로 출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문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어휘의 의미와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 문학: 작품의 구성을 그대로 취하지는 않겠지만 수험생이 친숙하게 느낄 정도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즉, 산문의 경우 EBS 교재에 실린 작품을 그대로 제시하거나 교재에 수록된 부분의 앞뒤 내용을 제시하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운문의 경우 현대시는 전문을, 고전 시가는 일부를 제시하되 산문과 같은 형식을 띨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익숙한 작품은 내용이나 문제를 확인하는 정도로 가볍게 넘어가고, 낯설거나 어려운 작품은 꼼꼼하게 풀면서 내용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EBS 교재에 실린 500여 개의 작품은 빠짐없이 보는 것이 좋다. 정답 해설지에 실린 작품 해설은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지문이 어떻게 결합됐는지 분석한 뒤 새로운 조합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위권 수험생은 EBS와 연계되지 않은 나머지 30%에서 고난도 문항이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비문학: 지금까지 비문학은 수능과 EBS 교재의 연계율이 비교적 낮았다. 그러나 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EBS 교재에 실린 소재(주제)를 다룬 다른 글을 바탕으로 해 문제를 출제할 것으로 보인다. 비문학은 암기력을 측정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동일한 지문을 출제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EBS 교재에서 ‘환율’ 문제를 다뤘다면 수능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 다른 지문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한 EBS 교재에서 특정 상황을 제시한 사진이나 그림을 주는 등 도식화 문제를 다뤘다면, 다른 지문에서 그와 비슷한 도식을 주고 출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문학에 비해 비문학이 EBS와의 연계 정도가 낮다고 해도 같은 소재를 다룬 글이나 동일한 문제 유형은 꼼꼼히 학습해야 한다. EBS 교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용어나 어휘는 반드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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