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다가 그물이 찢어져 작업을 중단했던 쌍끌이 저인망 어선 1척이 2일 인천 옹진군 대청도 해역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경찰청은 2일 오후 8시 30분경 대청도 남서쪽 30마일(55km) 해상에서 한국인 선원 7명과 인도네시아 출신 선원 2명 등 총 9명을 태운 99t급 저인망 어선 98금양호로부터 조난위치 자동발신장치(EPIRB)가 감지됐으나 연락이 두절됐다고 3일 밝혔다. 오후 10시 5분경 EPIRB가 잠시 재작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김재후 선장(48)을 비롯해 9명이 타고 있었으며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뒤 인천항으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당시 사건 해역의 바람은 초속 8∼10m, 파고는 1∼2.5m였다.
해경은 마지막으로 EPIRB가 작동된 해역에 파견한 경비함정이 기름띠를 발견함에 따라 어선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주변 해역에서 선박과 선원들을 찾고 있다. 인근에서 항해 중이던 캄보디아 선적 1472t급 화물선 ‘타이요’호가 금양98호와 충돌한 뒤 도주한 것으로 의심되고 있어 이 화물선도 함께 쫓고 있다.
사고가 나자 해경은 501경비함을 현장에 출동시켰고, 해군도 최영함 여수함 등 2척을 현장에 출동시켜 밤새 수색작업을 벌였다.
98금양호는 지난달 31일 “실종자 수색작업에 협조해 달라”는 군경의 요청을 받고 이날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한 쌍끌이 어선 10척 중 하나였다. 오후 12시 40분경 대청도 선진포를 출발해 오후 2시 20분경 백령도 사건 해역에 도착한 98금양호는 다른 어선들과 이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던 군경에 합류해 저인망 그물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거친 수색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사건 해역의 물살과 조류가 너무 거세 그물이 자꾸 꼬이는 등 작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바닥상태가 좋지 않아 그물이 결국 찢어졌고 더는 작업을 할 수 없어 결국 대청도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들과 같이 작업에 나선 대청도 행정선 문이첨 항해사(53)는 “인천에서 온 쌍끌이 어선들이 백령도 인근 해저 지형을 모르다 보니 그물 5개 중 3개가 끊어졌다”며 “작업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김재후 선장을 비롯한 쌍끌이 어선 선장들은 작업 후 그물이 찢어지는 등 손해가 있더라도 앞으로 계속 실종자 수색작업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양 17, 18호의 박현중 선장(54)은 “같은 바닷사람끼리 뭘 해줄 수 있겠느냐. 내 아들이 군대에 가서 그렇게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작은 단서라도 건져 올리겠다”고 밝혔고 다른 선장들도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미처 다음 작업을 기약하기도 전에 이 중 한 배가 사고를 당하고 만 것.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인 박모 씨(36)는 “방금 복귀 중에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색작업에 참여한 배가 자꾸 이러니까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쌍끌이 어선은 2척씩 짝을 지어 다니며 조업을 한다. 일단 각각의 배 선체에 최대 수백 m에 이르는 와이어를 연결한다. 양쪽의 와이어를 그물로 이은 다음 해저 밑바닥을 훑어가며 조업하는 방식이다. 쌍끌이는 허가받은 어선만 지정된 해역에서 조업이 가능한데 이들 어선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작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쌍끌이 어선 10척이 이 같은 대규모 수색작업을 벌인 것도 처음이었다. 1척에 10여 명의 선원이 타 총 100여 명의 선원이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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