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현장 인근에 있던 속초함의 76mm 함포 사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군은 레이더에 잡힌 물체가 새떼였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조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3월 말에 철새떼가 백령도 해상에서 날아다니는 게 의아하다는 시각이 있다. 한국 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64)은 “백령도로 오는 철새는 기러기, 가창오리, 도요물떼새 등이지만 보통 3월 중순이면 이미 떠나있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새떼가 국방부의 발표처럼 42노트(시속 78km)의 속도로 날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채희영 철새연구센터장(45)은 “새들이 이동할 때 내는 속도는 보통 시속 50km”라며 “바람을 타면 속도가 높아지긴 하지만 그 정도는 못 낸다”고 반박했다. 또 광학추적장비에 새떼가 ‘분산된 점 모양’으로 나타났다고 국방부가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새떼가 이동할 때는 기류를 타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일렬로 줄을 지어 이동한다”며 “점 모양이 아니라 긴 띠로 나타나야 한다”고 의문을 표했다.
사고 당일 발포 시점과 기상 상태를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속초함이 발포한 시간인 오후 11시경은 새떼가 이동하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것. 김 회장은 “철새들은 보통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이동하지 않는데 밤늦게 떼를 지어 다녔다는 게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고 당일 기상상태가 안 좋았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백령도에 머무는 철새들을 연구하는 조류전문가 경희대 최한수 박사(44)는 “철새들이 강풍과 나쁜 날씨를 무릅쓰고 이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조류 전문가들은 군의 설명처럼 새떼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 연구관(48)은 “겨울 철새는 이미 대부분 떠났으나 일부 소규모로 무리지어 뒤늦게 이동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고 말했다.
한국조류학회장인 공주대 생명과학과 조삼래 교수(58)는 “현재 여름 철새가 넘어오고 겨울 철새가 시베리아 쪽으로 올라가는 등 철새끼리 교차하는 시기”라며 “철새들은 이동할 때 무리를 지어 다니고 주로 야간에 이동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새들은 섬을 이정표로 해서 움직이는데, 서해를 건너는 것은 천안함 사고 해역인 백령도 인근 북한의 장산곶 등을 거쳐 가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새떼라면 늦은 시기에 넘어가는 기러기나 백로, 해오라기 등 황새목 조류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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