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5만 달러… 곽영욱 前사장 3년6개월 구형
檢“총리공관서 돈받아 국민의 신뢰 떨어뜨려”
한 前총리 “뇌물 상습범처럼 비쳐 억장 무너져”
1심 공판 끝내고 9일 선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1주일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검찰 모두에게 피를 말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만일 유죄가 선고된다면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하려는 한 전 총리의 정치생명은 물론 민주당은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명타를 입게 된다. 반대로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로 야당 정치인의 명예를 짓밟았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검찰 개혁’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도 있다. 열쇠를 쥔 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지난달 8일부터 거의 하루건너 13차례나 열린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1심 공판의 심리가 2일 끝났다. 판결은 9일 오후 2시 선고된다.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2일 결심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5만 달러를 구형했다. 권 부장은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라는 최고 관직에 있는 사람이 민간업자를 불러 부패한 돈을 받아 고위 공직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파사현정(破邪顯正·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냄)’을 통해 법의 준엄함을 세워 달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검찰은 10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3만 달러, 이어 5만 달러로 바뀌며 오락가락하는 썩은 동아줄 같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 의존해 일국의 총리를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또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총리공관 현장검증에서 5만 달러를 서랍에 넣고 재빠르게 오찬장을 나가는 ‘뇌물 상습범’ 같은 재연 모습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졌다.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앞서 진행된 변호인 신문에서 한 전 총리는 전날 검찰 신문에 진술을 거부한 것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곽 전 사장이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에서 5만 달러(가 담긴 돈봉투)를 (의자에) 내려놓는 것을 보지 못했고, 내려놓은 사실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오찬에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과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 곽 전 사장이 온 경위에 대해선 “정 전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위로하는 송년모임이었다”며 “(정 전 장관의 고향인) 전북 전주 동향인 강 전 장관, 강 전 장관과 가까운 곽 전 사장과 같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과 총리만 공유하는 안보전산망이 있다. 최근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이 났는데 항상 크고 작은 게 일어날 수 있어 아침에 가자마자 점검하고 때때로 점검한다. 그날 오전에 정부청사에 가지 못해 오찬이 끝난 뒤 바로 정부청사로 갔을 것”이라며 곽 전 사장이 오찬장에 뒀다는 돈봉투를 챙길 여유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곽 전 사장 소유의 제주 T골프빌리지 숙박 경위도 상세하게 해명했다. 한 전 총리는 “공직에서 물러나 책을 집필하려던 중 우연히 만난 강 전 장관이 곽 전 사장의 골프빌리지를 추천했다”며 “곽 전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선뜻 빌려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골프와의 관계’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엔 “나는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골프를 치는 형제들이 휴가 때 끌고 가다시피 권하면 따라가서 경기보조원(캐디)이 가르쳐준 대로 몇 번 휘둘러 본 적이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하고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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