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의 행정 배우러 태평양 건너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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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美 행정대학원생-교수 24명 올 첫 ‘필드트립’ 행사 참가
시프트-전자정부-교통정책 등 수업들으며 현장 견학
市 공무원 강의… 학생들 “미국에도 유용한 정책 많아”

코넬대 등 미국 대학원에서 서울시 행정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현장학습을 위해 서울시를 찾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코넬대 등 미국 대학원에서 서울시 행정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현장학습을 위해 서울시를 찾았다. 사진 제공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서울시 주택 정책을 책임지는 김윤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이달 1일 오후 사무실 대신 서울시립대로 발길을 옮겼다. ‘House to own→House to live(사기 위한 집→살기 위한 집).’ 준비해 온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영어로 적은 강의 내용이 빼곡했다. “한국에선 아파트가 가장 인기 있는 주거 유형이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라는 제도가 존재하고요. 서울시가 새로 짓는 아파트들에 시프트를 제공하게 된 배경입니다.” 금발머리 백인 여학생부터 흑인 남학생까지 강의실을 가득 채운 외국인 학생들은 동시통역기를 낀 채 공책에 수업 내용을 필기했다. 서울시로 행정 견학을 온 미국 대학원 학생 및 교수들이었다.

○ “서울 행정 배우러 왔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서울 시정에 관심이 있는 코넬대 등 미국 7개 행정대학원 교수 14명을 서울로 초청해 서울시 정책을 소개하고 현장을 견학시켰다. 이렇게 투자한 결과 미국으로 돌아간 교수들은 올해 상반기 ‘서울시정 사례연구’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현재 코넬대를 비롯해 조지아대와 텍사스대 등 9개 학교에서 서울 행정에 대한 정규 과목을 운영 중이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미국 현지에서 서울 시정에 관한 토론과 수업을 진행한 뒤 자비를 들여 1주일간 ‘서울필드트립’(현장 학습)에 참여해 학점을 받는다. 이날 김 과장의 수업을 들은 외국인 24명은 올해 첫 서울필드트립 참가자다.

지난달 29일 서울을 찾은 학생들은 서울시 전자정부와 복지정책, 교통정책,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재정제도와 관련한 수업을 들었다. 현장 견학도 빠듯한 일정 사이사이 부족하지 않게 마련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달리다 지하철로 환승하는 체험을 한 데 이어 이날 주거정책 수업이 끝난 뒤에는 민원 전화를 처리하는 120다산콜센터를 방문해 상담 업무를 견학했다. 하이디 스미스 씨(여·미국 플로리다국제대)는 “교과서 밖 실제 현장을 찾아서 보니 미국 행정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이 많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 교수님’

6일 동안 이어지는 서울필드트립의 가장 큰 특징은 시 공무원들이 강사로 나선다는 점. 황치영 복지정책과장과 김태희 창의담당관, 마국준 도로교통시설담당관, 이병한 예산담당관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강단에 섰다. 학생들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공무원들을 만나 그동안 공부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쏟아냈다. 수업 시간의 절반 이상을 질의응답 시간으로 썼을 정도다. 1일 수업이 끝난 뒤 김 과장에게도 1시간 가까이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재개발 예정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제공되나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아직 경제적 여유가 없는 신혼부부들은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네요. 젊은 부부들을 위한 정책이 따로 있나요.” 김 과장과 이날 수업에 함께 참여한 진미윤 주택도시연구원 소속 연구원, 송석휘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원주민은 공시지가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세입자를 위한 주거대책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저조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혼부부를 위한 시프트 제공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답했다. 메러디스 뉴먼 플로리다국제대 교수(미국행정학회장)는 “이미 몇 달 동안 서울 행정에 대한 세미나를 여러 차례 진행해 학생들이 정보가 많은 상태”라며 “책과 자료를 통해서만 배운 서울 행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학습 열기가 더 뜨거워진 듯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2차 필드트립 참가자들이 서울을 찾을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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