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새증거 없으면 배심원단 평결 존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대법, ‘1심 무죄’ 뒤집은 ‘항소심 유죄’ 판결 파기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심증이 일치해 내려진 국민참여재판 판결은 이를 뒤집을 만한 명백한 새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008년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이후 배심원단 평결의 효력을 명시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지려던 남성을 협박,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기소된 최모 씨(23)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평결이 재판부의 심증과 일치해 채택된 경우라면 항소심은 증거조사에서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1심판결을 한층 더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해자의 법정진술을 제외하고는 1심 판결을 뒤집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1심에서 무죄판결한 혐의들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는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2008년 6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A 양과 성관계를 가지려던 정모 씨(33)를 폭행하고 정 씨가 차고 있던 시가 290만 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빼앗은 혐의로 기소되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배심원단은 최 씨가 목걸이를 빼앗았다는 부분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정 씨의 법정 진술 등을 근거로 최 씨의 혐의 전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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