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자 가족들 ‘결단’ 배경첫 시신 발견에 큰 충격…구조 인력 잇단 희생에 부담전체회의 투표 거쳐 통보…“실종 46명 다찾아야 장례”
천안함 침몰사건 실종자 가족들이 군에 인명구조 및 수색작업 중단을 요청한 것은 실종자 사망 인정과 무고한 희생이 이어지는 데 대한 심적 부담으로 인한 어려운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3일 남기훈 상사(36)의 시신이 발견된 뒤 대표회의와 전체회의 투표를 거쳐 해군에 더 이상의 위험한 선체 내부 진입 수색 인명 구조를 중단하고 선체 인양에 주력해 달라고 통보했다.
가족들의 수색 중단 결정은 사실상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가족들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함체를 인양할 경우 아무리 빨리 작업을 해도 2주일 이상 걸리는 만큼 생존자가 있더라도 그때까지 버텨내길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수색 중단을 결정한 것은 실종자들의 사망을 받아들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종자 이창기 원사(41)의 형 이완기 씨(43)는 “인정하기 힘들지만 이제 인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눈물을 삼켰다.
수색 작업을 하며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도 적잖은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주호 준위(53)가 수색 구조작업 중 사망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데다 2일에는 ‘쌍끌이 어선’ 98금양호가 수색 구조작업 뒤 인근 해역으로 이동하다 실종돼 9명의 희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실종자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희생이 이어져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 일부 가족들도 구조작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종자 박경수 중사(30)의 가족은 “격실이 한두 개가 아닌데 긴 시간 작업 도중 인명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며 “우리 때문에 우기면서 해달라고 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해군의 수색작업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백령도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보고 돌아온 한 실종자 가족은 “한 번 잠수해 5분 정도씩 작업하는 수색을 군 측에 맡겨두면 (구조에)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유일한 대책은 인양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실종자 46명을 다 찾을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3일 남 상사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실종자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희망이 사라졌다”며 오열하거나 몸을 가누지 못했다. 실종자 김동진 하사(19)의 아버지는 “아내가 앓아누웠다”며 “나도 전화를 받을 힘이 없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이 있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도 침통한 분위기 속에 남 상사의 시신 발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입원 중인 생존 승조원들은 동료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고 1주일 넘게 소식을 기다렸지만 끝내 실종자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말에 안타까워했다.
4일 조카 김효형 하사를 찾아온 이모 정희정 씨는 “면회실에 들어가자마자 조카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느꼈다”며 “마음이 아플 것 같아 남 상사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은 면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일요일임에도 실종자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 때문인지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이들은 지난 주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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