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공익요원이 밀수… 수법 선후배 대물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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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상이 화장실에 숨긴 밀수품 건네주고 사례비 챙겨

“선배에게 전수 받아” 진술
검찰, 2명 구속-3명 기소

지난달 1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중국 산둥 성 룽청항에서 출발한 1만7000t급 무역선박 대룡호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무역상 600여 명을 태우고 도착했다. 속칭 ‘따이공’(보따리상)인 김모 씨 등 2명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품 통관 검색 대기실에 있는 화장실에 먼저 들렀다.

이들은 중국에서 몰래 들여온 가짜 비아그라 수백 개와 롤렉스 등 ‘짝퉁’ 명품 시계 수십 개를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화장실 휴지통에 쓰레기인 것처럼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평택항 공익근무요원인 조모 씨(23) 등 2명에게 휴대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다. 얼마 뒤 조 씨 등은 휴지통으로 가 비닐봉지를 꺼낸 뒤 통관 검색을 거치지 않는 직원 통로를 통해 바깥쪽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김 씨 등과 만나 비닐봉지를 건넸다.

그 순간 서울세관 특수수사과 수사관들이 현장을 덮쳤고 이들 4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세관은 이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회해 추적한 결과 지난 1년간 이런 수법으로 밀수된 가짜 비아그라가 4020개(시가 4700만 원), 짝퉁 명품시계는 154개(시가 1220만 원·진품 시가 14억7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통신회사가 통화기록을 1년까지만 보유하고 있어 그 이상의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 같은 수법의 밀수거래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익근무요원 조 씨가 이 같은 범행을 이미 소집 해제된 선배 공익근무요원 김모 씨(23)로부터 전수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보따리상 김 씨 등은 대룡호의 자치모임인 상인회 질서유지위원으로 보따리상과 세관 사이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공익근무요원들과 친하게 지내 왔다. 공익근무요원들은 밀수를 돕는 대가로 1인당 35만∼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익근무요원들이 이러한 밀수가 죄가 된다는 인식이 적어 받은 돈의 액수가 비교적 미미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중앙지검 외사부(부장 함윤근)는 5일 김 씨 등 보따리상 2명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익근무요원 2명과 범죄 수법을 전수한 선배 공익근무요원 1명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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