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는 6일 오전(한국 시간). 인도양을 샅샅이 뒤져 ‘삼호드림호’를 쫓아라.” 국군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 함장인 김명성 대령이 5일 오전 1시경 출항과 함께 부하들에게 내린 명령이다.
오만 살랄라항에 머물던 이순신함에 새 임무가 떨어진 것은 4일 오후 11시경. 이날 오후 4시 10분경 아덴만 해역에서 동남쪽으로 150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드림호를 구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순신함에 주어진 시간은 많아야 80시간. 이 시간이 지나면 삼호드림호는 소말리아 해안으로 추정되는 해적 소굴로 끌려갈 우려가 크다. 이렇게 되면 구조나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그 전에 해적을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순신함을 동원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순신함 파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선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강력한 대응을 결정했다”며 “이순신함은 피랍 위치가 아니라 납치된 배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항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만에서 출발한 이순신함이 위성, 레이더 등으로 해적들의 이동경로를 제대로 추적한다면 6일 오전 중 삼호드림호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피랍 위치가 이순신함으로부터 약 1500km 떨어져 있지만 해적들이 삼호드림호와 함께 자신들이 은신하는 항구로 이동하려면 약 2000km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추격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순신함의 최대속력이 30노트(시속 약 55.5km)인 반면 유조선은 약 10노트(시속 약 18.5km)에 불과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순신함은 선원 안전을 고려해 신중한 작전을 펼칠 계획”이라며 “해적들이 배를 나포하기 전에는 이순신함이 보유한 대잠헬기(LYNX) 등을 활용해 공격할 수 있지만 이미 배를 나포한 상태에서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호드림호를 납치한 해적들은 5일 오후까지 이 배의 실질적 소유주인 삼호해운에 아무런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에 타고 있는 한국인 5명, 필리핀인 19명 등 선원 24명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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