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의대 U(Ubiquitous·유비쿼터스)헬스 연구사업단은 2008년 6월부터 임신성 당뇨 환자를 관리하는 ‘케어 디(Care-D)’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당뇨 증상을 보이는 임신부가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아도 자기 건강 상태를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155명이 이용하고 있다.
사이트에 임의로 혈압 156mmHg, 혈당 120mg/dL, 체중 55kg 등 간단한 건강 정보를 입력해 보았다.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과 함께 영양사, 운동 처방사의 처방이 한꺼번에 뜬다. 하루 필요량 1800Cal의 식단표와 함께 하루 15∼30분의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서울성모병원은 다음 달부터 ‘케어 디’ 서비스를 모든 당뇨환자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처럼 병원에 가지 않고도 휴대전화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화상으로 의사에게 직접 진료를 받을 수 있는 ‘U헬스케어’ 시대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된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화상으로 의료진끼리의 진료 협조는 가능했지만 환자에게 직접 진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직 국회통과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U헬스업계는 숙원을 풀었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정보기술(IT) 수준이 높아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제대로 된 U헬스 서비스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의료취약지역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 등 약 446만 명이 가장 먼저 U헬스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와 기업들은 현재 55가지의 U헬스 서비스와 관련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강원 강릉, 경북 영양, 충남 보령, 충남 서산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국내 병원과 해외 환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U헬스케어센터’도 세울 예정이다. 지식경제부도 동네 의원이 원격진료를 도입하는 ‘스마트케어’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U헬스시장 전망도 밝다. 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에서 약 2조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U헬스시장도 연평균 15%씩 성장하고 있으며 2012년 2156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 사각지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박금렬 보건산업정책과장은 “도서산간지역 등 병의원이 부족한 지역에 U헬스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 관리가 쉬워져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대면진료가 U헬스로 전환되는 비율이 25%에 이르면 연간 의료비가 3017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U헬스 서비스가 정착하기까지는 과제도 남아 있다. 우선 대한의사협회와 일선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원격진료가 시작되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수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석화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 교수(U헬스협회 부회장)는 “기존 원격진료에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시작되면 건강보험 수가를 새로 정해야 한다”라며 “원격진료는 건강보험 급여로, 건강관리 서비스는 비급여로 이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원격진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런 형식의 진료가 안전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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