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순국(Mort pour la France)’이란 제목 아래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이 학교 졸업생들의 명단이 대리석판에 새겨져 부착돼 있다.
이 학교 올리비에 미겔 교장은 “설립한 지 오래된 프랑스의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는 두 가지 명단이 붙어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졸업생 명단과 제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프랑스 점령 중 아우슈비츠로 보내진 유대인 재학생의 명단이다. 우리는 미래의 프랑스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마음속에 애국과 인권의 중요성을 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어느 도시를 가나 전사자를 위한 기념비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앞에는 전사자를 추도하는 생화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파리 한가운데 샹젤리제 거리가 시작되는 개선문 아래 전쟁에서 산화한 무명용사들의 묘가 있다. 샹젤리제의 화려한 삶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은 이들 무명용사의 희생과 무관치 않다는 듯 그곳에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다. 볼테르 루소 등 위인들이 묻혀 있는 팡테옹에도 무명용사에게 한 자리가 주어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8년부터 아프가니스탄전쟁 전사자 모두에게 레지옹도뇌르 대십자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장교들에게만 레지옹도뇌르훈장(훈장 서열 1위)이 수여됐고 부사관에게는 군사훈장(훈장 서열 3위), 사병들에게는 군사십자가훈장(훈장 서열 8위)이 수여됐다. 그동안 부사관 이하 군인들은 죽어서까지 계급 서열이 유지되는 것을 고통스럽게 생각해왔다.
영국 런던의 관청가 화이트홀의 한가운데에는 제1, 2차 세계대전 전사자 기념비인 세노타프가 놓여 있다. 매년 11월 현충일이 되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현직 총리 등이 이곳에 화환을 바치는 성대한 기념식이 열린다. 2009년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날 화환을 놓으면서 고개 숙이는 것을 깜빡 잊었다가 무례하다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국 왕실의 주요 가족 대부분이 참석해 지켜보는 이 현충일 기념식은 1946년 이후 매년 BBC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으며 영국 TV 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는 생중계 프로그램에 속한다.
브라운 총리는 2006년 재무장관 시절 미국을 본떠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는 현직 군인을 포함하도록 그 이름을 군인의 날(Armed Forces Day)로 바꿔 지키고 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재향 및 현직 군인의 노고를 국민들이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날을 제정한 목적이다. 정치적으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한 보상의 성격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랑스의 조르주 클레망소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전투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제한으로 모든 것을 다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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