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바닷속에서 진급
‘장비사고 제로’ 모범 군인
부인 “그나마 찾아 다행” 오열
시신 해군2함대 사령부 안치
“여보…” 7일 오후 백령도 인근 수심 45m 바닷속에 침몰해 있는 천안함 함미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시신이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 안치됐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남편을 보고 아내 이수정 씨가 오열하고 있다. 평택=원대연 기자
UH-60 헬기가 어둑어둑한 서쪽 하늘을 뚫고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헬기장에 내렸다. 7일 오후 7시 30분. 마스크를 쓴 8명의 해군이 흰 천에 싸인 김태석 상사(37)의 시신을 옮기자 도열해 있던 20여 명의 후배 해군이 돌아온 김 상사에게 일제히 경례를 올렸다.
부인은 통곡하며 죽은 남편의 시신에 손을 뻗어 봤지만 차마 만질 수 없었다. 철모르는 막내딸 해봄이(6)는 검안실로 들어가는 흰 천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엄마”를 외쳤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13일 동안 머무른 김 상사는 이렇게 아내와 세 딸에게 돌아왔다. 4일 오전 부대로 이송된 고 남기훈 상사 이후 두 번째 찾은 천안함 침몰사건 사망자였다.
김 상사는 1973년 경기 성남시에서 태어나 성남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3년 해군 부사관 144기로 임관한 뒤 지난해 4월부터 침몰한 천안함에서 근무했다. 부대는 김 상사에 대해 “천안함에 근무하면서 단 한 건의 장비사고도 없었던 모범적인 군인”이라고 밝혔다.
김 상사의 가족은 ‘해군 가족’이다. 큰형 김태원 씨는 해군 중위, 작은 형 태균 씨는 일반병으로 해군에서 근무했다. 큰형은 시신을 발견한 7일 실종자 가족 대표단으로 오전 9시 백령도로 떠났다. 형은 현장에 가자마자 발견된 동생의 시신을 안고 같은 헬기를 타고 돌아왔다. 헬기에서 내린 태원 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부인 이수정 씨는 남편이 안치된 후에도 서럽게 울었다. 그는 “이번 훈련에서 돌아오면 세 딸과 함께 맛있는 것도 사먹으려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남편을 발견할 줄 몰라 슬프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찾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며 흐느꼈다.
처남 이용기 씨도 “시신을 수습했다는 소식을 부대 안에서 온 가족이 함께 들었다”며 “그래도 시신을 찾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두 번째 사망자가 발견되자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혹시나’ 하던 희망마저 무너져 가족들은 오열했다.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동료들이 다 오시면 함께 좋은 곳으로 보내드릴 것”이라며 “솔직히 귀환했다는 것 자체로도 부럽다”고 말했다.
김 상사의 시신은 오후 8시경 2함대사령부 안치소에 안치됐다. 김 상사의 시신 발견으로 이제 천안함 사건 실종자는 44명이 됐다. 이날 김 상사의 집 앞에는 ‘해군 가족’ 이름의 쪽지 하나가 붙었다. “수정아…!(부인 이수정 씨) 빛나야…!(맏딸의 애칭) 힘내! 같이 있어주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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