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최 함장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8일 03시 00분


■ 생존장병 회견 표정
부상자도 끝까지 자리지켜
동료 답변에 적극 보충설명

흰색 줄무늬 환자복을 입은 56명의 생존 승조원을 뒤로하고 앉은 최원일 함장은 홀로 녹색 전투복 차림이었다. 전투모를 벗어든 최 함장은 “(실종자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고 복귀 신고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회견 말미에 “답답한 심정이다. 천안함(침몰사건)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감사하겠다. 장병들이 가슴에 아직도 묻혀 있다. 누구보다 슬퍼할 실종자 가족들 생각뿐…”이라며 울먹였다.

7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57명의 천안함 생존 장병(중상자인 신은총 하사 제외)은 함께하지 못한 실종 장병들 생각 때문인지 묵묵히 앞을 응시할 뿐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침몰 상황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실종자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를 빠져나왔다”는 김수길 상사는 “복도를 따라 외부로 향하려 했는데 함미 부분이 없었고 달빛 아래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만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서로 손을 들어 의사 표시를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사건 당시 물기둥을 못 봤느냐’는 질문에 허순행 상사는 동료의 “못 봤다”는 답변에 이어 추가발언을 요구해 “자꾸 물기둥 얘기하시는데 함정은 야간에 불을 모두 끄고 문도 다 닫기 때문에 일부 말고는 밖에 나가 볼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부 장병은 목과 팔, 상반신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탔다.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견디기 힘든 장병들은 병원에서 조치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회견에 끝까지 임했다.

하지만 담담한 표정의 장병들도 실종 장병들 이야기가 나오자 울먹이거나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사건발생 시간 늘 함미에 위치한 후타실에서 운동시설을 이용했다는 오 상사는 “26일에는 업무보고가 있어 후타실에 가지 않았다”며 “(후타실에서 실종된) 5명을 운동하며 늘 같이 봐왔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남=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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