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13일째인 7일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 중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생존자 57명도 언론과 집단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6일 사건 발생 후 불거진 의혹과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사건 발생 시간 등에 대해선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지만 발생 원인에 대해선 단서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몇 가지 핵심 쟁점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TOD포착 분석 화면도 ‘9시21분58초’ 뒷받침 합참-해작사-2함대사령부 애초 “9시15분 결론”은 의문
▽국방부 발표=천안함의 위치신호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1분 57초에 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에서 사라졌다. 천안함 사건 발생 시간으로 확정할 수 있는 근거였다. 1초 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폭파, 차량이동 등 인공지진으로 분류되는 리히터 규모 1.5의 지진파를 감지했다. 해병6여단 238초소 TOD 운용병은 오후 9시 23분부터 TOD 화면에서 천안함을 탐지했다. 천안함은 오후 9시 19분 30초부터 33초간 국제상선검색망을 이용해 해군2함대사령부와 정상적으로 교신했다. 승조원들의 휴대전화 기록도 조사한 결과 승조원 중 한 명은 휴대전화로 오후 9시 21분 47초까지 동생과 통화했다. 결국 이 같은 정상 교신과 통화 이후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오후 9시 15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생존 장병 설명=최원일 함장은 “사건 당시 책상에 앉아서 KNTDS 자료를 검색하던 중 모니터상에서 오후 9시 23분을 확인했다. 지질연구소 등 객관적 자료를 보니 (사건 발생 시간이) 22분이라고 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승조원들도 사건 발생 전 확인했던 시간을 증언했다. 박연수 대위는 “당직사관이 쓰는 모니터에서 마지막 확인한 시간이 오후 9시 24분”이라고 전했다. 허순행 상사는 “오후 9시 14분부터 18분 몇 초까지 전탐실 후부 계단에서 집사람, 딸과 통화한 뒤 바로 통신실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남는 의문=국방부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1일 국회에 제출한 언론쟁점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 2함대 사령부 등의 상황일지에 사건 발생 시간은 모두 26일 오후 9시 15분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7일 “(지난달) 26일 오후 9시 16분 백령도 방공진지에서 청취된 미상의 큰 소음을 해군작전사령부는 천안함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해 상황 발생시간을 오후 9시 15분으로 합참에 보고했다”며 “그 소음은 천안함과 관련된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합참과 해작사, 2함대사령부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 국회에는 사건 발생 시간을 ‘오후 9시 15분’으로 보고하고서 또다시 6일이 지난 뒤 이를 부인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KNTDS=한국형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orea Naval Tactical Data System)은 해상에서 작전 중인 해군 함정과 선박, 항공기 등의 위치 및 이동상황을 해군 함대사령부, 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화면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주는 시스템이다. 해군 함정의 레이더와 P-3C 등 대잠초계기, 백령도 등 주요 도서의 레이더기지 등에서 잡힌 각종 전술 정보와 표적을 식별해 분석한 뒤 화면에 띄우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2] 추가공개 TOD 의미는
자동녹화된 64초 분량 뒤늦게 발견 ‘함미 충격 3분 20초만에 침몰’ 확인
▽국방부 발표=국방부는 천안함 함미가 사건 발생 직후 3분여 만에 완전히 가라앉는 모습이 담긴 새로운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을 추가 공개했다. 이 TOD 영상은 1일 공개한 43분 43초(오후 9시 25분 20초∼10시 9분 3초) 분량의 함수 침몰 장면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천안함이 사건 발생 지역을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장면(3초 분량·오후 9시 4분 6∼9초)과 함수와 함미가 분리돼 함미가 가라앉는 장면(1분 1초·오후 9시 24분 18초∼25분 19초)이 담겨 있다.
최초 장면에는 천안함이 백령도 남쪽 해역에서 동남쪽으로 6.3노트(시속 11km)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잡힌 장면에서는 천안함이 백령도 남쪽 2.5km 떨어진 곳에서 함수와 함미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에서 함미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었다. 함수는 이미 오른쪽으로 90도 기운 상태에서 물 위에 계속 떠 있었고, 함미는 오른쪽으로 약간 기운 채 충격을 받은 뒤 약 3분 20초 만에 물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남는 의문=군이 뒤늦게 추가 영상을 공개하자 뭔가 숨기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게다가 추가 영상 중 일부만을 발췌해 공개해 TOD 조작 논란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추가 공개한 TOD 영상은 민군 합동조사단이 해병 6여단에 있는 동시 영상체계를 점검하던 중 담당 병사도 모르게 자동녹화된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일 합동조사단에서 백령도에 설치된 TOD 장비 일체를 압수해 왔다”면서 “3, 4일 이틀 동안 영상전문가들이 시스템 전체를 정밀 분석해 보니 자동으로 녹화된 장면이 있는 것을 발견해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상 TOD 운용병은 TOD를 수동으로 녹화하는데 2일 공개한 43분짜리 영상이 바로 수동으로 녹화한 것이며, 이날 추가 공개한 것은 운용병도 인지하지 못한 채 자동시스템에 의해 저장된 영상이라는 것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3]천안함의 당시 임무는
새 경비구역서 ‘특수’ 아닌 정상근무 음향탐지병 “특이상황 없었다” 증언
▽국방부 발표=천안함은 최근 북한의 해안포 위협을 피하기 위해 새롭게 만든 경로로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을 전후로 담당 구역이 백령도 서방에서 섬을 엄폐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남방으로 바뀌었다. 이 구역은 암초가 있는 백령도 남방지역에서 9, 10km 떨어진 곳이다. 국방부는 “천안함은 특수임무 수행이나 피항 상태가 아니라 2함대에서 지시한 정상 경비구역에서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안함은 지난달 16일 경기 평택항을 출발해 백령도 서방 경비구역에 배치됐다. 23일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대청도 동남방으로 피항했다가 26일 경비구역으로 복귀했으며 사건 발생 당일 오후 8시부터는 29명이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나머지 인원은 휴식을 하거나 정비를 하고 있었다.
▽생존 장병 설명=박연수 대위는 “당시 당직사관으로 정상근무를 하고 있었다”면서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저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향탐지기 담당인 홍승현 하사는 “음향탐지기에 특별한 신호가 없었으며 당직자로서 정상 근무 중이었다”고 말했다.
▽남는 의문=군은 사건 발생 초기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까지 근접한 것에 대해 “날씨가 안 좋아 피항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말을 바꾼 데 대해 군은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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