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에서 왔는데요.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요.” 2005년 11월 2일 오후 1시경 경기 이천시 모 아파트 김모 씨(42·여)의 집에 이웃 주민을 자칭하는 한 남자가 찾아왔다. 김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문을 열었다. 순간 이 남자는 강도로 돌변해 현금과 귀금속 등 32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김 씨를 성폭행한 뒤 달아났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범인이 떨어뜨린 휴대전화를 확인한 뒤 허모 씨(44)를 지명수배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의 신원은 범행 이듬해 TV 공개수배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허 씨는 신고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충북 청주시의 한 성형외과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한 뒤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또 양 볼과 이마 등 얼굴에는 보톡스를 맞았다. 보톡스 시술은 이후에도 수차례 반복됐다. 얼굴을 바꾼 허 씨는 수배 중에도 경기 김포시 등지에서 성폭행과 절도 등 6건의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4년 5개월 만인 이달 4일 허 씨를 광주 남구의 한 원룸주택에서 붙잡아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형수술 때문에 지명수배 당시와 지금의 얼굴이 딴판”이라며 “본인은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 수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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