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 5만8600여 장을 보관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의 내부. 훼손과 도난을 막을 수 있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권효 기자
조선시대 대학자인 율곡 이이 선생(1536∼1584)은 23세 때 경북 안동으로 퇴계 이황 선생을 찾아와 만났다. 당시 50대 후반이던 퇴계 선생은 고향인 안동시 도산면 퇴계종택 부근에 있던 계상서당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유학을 대표하는 두 학자가 만난 지 450년 만에 율곡 선생 고향(강원 강릉)의 문중인사들이 8일 안동을 찾는다.
이날 한국국학진흥원(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는 사단법인 율곡학회 부설 율곡평생교육원 인사 34명이 방문한다. 국학진흥원의 초청으로 안동에 오는 이들은 진흥원 내 유교문화박물관과 장판각 등 시설을 둘러보고 목판과 유학 자료 등을 관리하는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는다. 마지막 일정으로 도산서원과 퇴계종택을 방문할 예정이다.
국학진흥원은 2002년 ‘목판 10만 장 수집운동’을 시작해 현재 5만8600여 장을 수집했다. 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유학 관련 자료 28만여 점을 모았다. 이 자료들은 현재 국학진흥원 내 유교문화박물관과 장판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강릉 등 강원지역에 있는 유학 관련 자료가 국학진흥원에 위탁 관리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 국학진흥원 목판연구소 권진호 책임연구원(50·문학박사)은 “그동안 경북과 경남을 중심으로 목판 등을 수집해 왔다”며 “앞으로 강원지역의 유교 관련 자료를 수집할 경우 국학진흥원 콘텐츠를 훨씬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학진흥원의 자료 관리 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2005년 설립한 장판각에는 250여 문중에서 수집한 목판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10만 장을 모으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을 할 계획이다. 목판 이외 자료는 진흥원 내 수장고에 보관한다. 하회마을 충효당(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에서 보관하던 고서와 현판 등 3600여 점도 지난해 10월 이곳으로 옮겼다. 충효당은 2004년부터 국보인 ‘징비록 필사본’ 등 귀중한 자료 총 1만2000여 점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했다. 무엇보다 분실이나 도난 걱정 없이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송 심씨 대종회(회장 심두섭)가 최근 찬경루(청송군 청송읍 월막리)에 있던 현판 13점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것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다. 1428년(세종 10년) 창건한 찬경루는 청송 심씨 문중을 상징하는 건축물. 김병일 국학진흥원장은 “유교문화박물관과 장판각 등이 한국학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이런 기록문화재를 수집한 덕분”이라며 “유교자료 수집이 지역 간 문화교류를 위한 가교도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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