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전재목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체육회는 8일 이정수의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불출전에 대한 사실 규명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빙상연맹에 강력한 처분을 요구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단국대)는 3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때맞춰 안현수(성남시청)의 부친 안기원 씨가 인터넷에 “이정수가 출전하지 않은 것은 부상이 아니라 빙상연맹의 부조리 때문”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체육회는 감사를 실시했다.
체육회는 논란의 중심인 이정수를 비롯해 김성일(단국대)과 김기훈 감독, 전재목 코치, 빙상연맹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이정수와 김성일은 “전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에 따라 불러주는 대로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정수는 “개인전 불출전 강압은 전 코치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연맹 고위 관계자가 얽혀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전 코치는 “선수들이 자의적으로 불출전을 결정했다. 다만 선수들이 사유서 작성 방법을 몰라 문안만 불러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체육회는 “전 코치가 선발전 당시 협의 사항을 근거로 직접 지도한 곽윤기(연세대)의 메달 획득을 위해 이정수와 김성일에게 불출전을 강압적으로 지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체육회가 언급한 ‘선발전 당시 협의 사항’은 충격적이다. 선발전이란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말한다. 당시 마지막 경기인 3000m 슈퍼파이널이 열리기 직전 일부 코치와 선수가 모여 대표에 뽑히면 국제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도록 협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협의를 했다면 선발전에서 승부 조작이 이루어졌을 소지도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체육회는 빙상연맹에 대표 선발전 비디오 판독 및 관계자 조사를 통해 모의 여부 규명 및 관련자 처벌,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불출전 강압 여부 조사 및 조사 불가 시 연맹 명의로 1개월 이내 형사 고발 조치, 대표 선발 개선 등을 포함한 재발 방지대책 수립, 외부의 부당한 강압에 강력 대응 등 4가지 처분을 내렸다.
빙상연맹 박성인 회장은 쇼트트랙의 전반적인 부조리에 대해 강력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박 회장은 “이번 사건은 대표팀 선수단이 다수 연관된 만큼 체육회 감사를 통해 미진했던 부분은 대표 선발전(23, 24일) 이후 철저하게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안기원 씨는 “이번 감사 결과는 꼬리 잘라내기에 불과하다”며 “대표팀 코치들은 대부분 1년 계약을 한다. 코치들을 해고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감사에 대해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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