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구제기금 ’ 올해 안에 바닥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0일 03시 00분


징계받은 교사 최장 5년간 임금보전 약속했지만…
조합원 줄고 징계자 늘어 올해 5억여원 부족
내부 문건 “내년엔 25억7899만원 적자” 예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조합 활동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조합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기 위해 조성해온 ‘피해자 구제 기금’이 올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전교조 피해자 구제 기금 운용 내역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억7649만 원이 남아 있던 구제 기금 적립금이 올해는 5억7459만 원이나 부족하게 된다. 2011년에는 적자 규모가 25억7899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조합원이 줄어드는 데 비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거부, 시국선언 등으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조합비의 5%를 피해자 구제 기금에 할당하며 쓰고 남은 돈은 계속 적립하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2008년 12억9430만 원이던 기금 지출액이 지난해에는 5억3586만 원 늘어난 18억3016만 원에 이르렀다. 이 중 3억9229만 원은 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임 등 징계를 받은 서울지역 조합원 8명(1인 평균 4903만 원)의 임금을 보전하는 데 썼다.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은 최장 5년 동안 구제 기금으로부터 임금을 보전받는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시국선언으로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10억56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문건은 전망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적자 규모는 조합원 7만2000명을 기준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합원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조합비를 0.2포인트 올리면 30억 원 정도를 더 거둘 수 있지만 이에 반발해 탈퇴 속도도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조합원은 매달 봉급액의 0.8%를 조합비로 내고 있다.

구제 기금이 적자로 돌아설 위기에 처하자 ‘기금 수혜자’ 지정을 두고 내부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전교조의 한 지회 사무국장인 A 교사는 지난해 10월 학교장 허락 없이 학생들을 인솔하고 체험활동을 떠나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교사가 소속된 지회는 지난달 말 집행위원회를 열고 “연가를 쓰고 체험학습에 참여한 것은 지부 지침을 따르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기금을 줄 수 없거나 절반만 줄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상급 지부인 도(道)지부 심사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기금을 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문제는 현재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논의하고 있다. A 교사를 옹호하는 조합원들은 “(집행부가) 구제 기준을 단지 지도 지침을 따랐는지로 한정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자발성을 꺾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성과급 반납액 등으로 10억여 원을 마련해 피해자 구제 기금에 반영했다. 올해도 6월 말까지 모금 활동을 벌여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한 전교조 관계자는 “지난해는 전체 모금액의 절반 정도를 피해자 구제 기금으로 썼는데 올해는 80% 정도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다른 예산을 줄여 이 기금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서 다른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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