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백수 20대, 생활비 없어 헌혈차 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2일 03시 00분


문화상품권 864장 훔쳐

“잘 곳이 없었는데 문 열린 헌혈차를 발견해서 그 안에서 잔 적이 있거든요….”

올 2월 어느 날 PC방에서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보내던 배모 씨(23)는 한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

지난해 9월 군에서 제대한 뒤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던 배 씨는 생활비가 궁한 처지였다. 배 씨는 예전에 헌혈을 하면 문화상품권을 주던 것을 떠올리고 헌혈 차량 안에 있을 상품권을 훔치기로 마음먹었다.

배 씨는 2월 중순과 지난달 3일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인천혈액원과 서울 남부혈액원을 찾아갔지만 헌혈 차량의 문이 잠겨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9일 오전 1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동부혈액원 안에 주차된 헌혈차 2대를 발견하고 혈액원 담장을 뛰어넘었다. 차량 문은 모두 열려 있었고 배 씨는 차량 안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드라이버로 서랍을 열고 시가 500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864장을 훔쳤다.

혈액원의 신고를 받은 노원경찰서는 차 안에 남아있는 배 씨의 지문을 발견하고 단골 PC방에서 배 씨를 붙잡아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10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에서 배 씨는 “인터넷의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생활비로 썼다”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살기가 힘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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