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를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문제와 관련한 불교계 내부의 갈등이 청와대와 봉은사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12일 ‘봉은사 외압 논란’에 본인이 관여돼 있다고 주장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 대해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이 수석은 이날 홍보수석실 보좌관을 통해 “종교 지도자로서 허위 사실을 얘기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보좌관은 “명진 스님이 11일 일요법회에서 ‘이 수석이 김영국 조계종 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의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고 했는데 이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11일 “김영국 위원이 (3월 23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날 대통령 직속기구에 소속된 인사를 만났는데 이 인사가 그 자리에서 이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을 바꿔줬다”며 “이 수석은 김 위원에게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회유했으며 김 위원이 이를 거부하자 이 수석이 전화기에 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수석 측은 “이 수석은 김영국 씨를 알지 못하고 직접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없다”며 “명진 스님은 진실과 진리를 말씀해야 할 종교 지도자가 아니냐. 공개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명진 스님이 말한 대통령 직속기구 인사는 과거 김 위원이 한나라당 수도권 출신 의원실에서 보좌관으로 일할 때 함께 보좌관 생활을 했던 P 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P 씨는 현재 국제회의 준비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에서 일하고 있다. 종교나 정무 쪽과는 무관하다. P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를 개인적으로 잘 안다”면서도 “당일 그 자리에서 이 수석과 통화를 했지만 김 위원을 바꿔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봉은사 측은 12일 성명을 내고 “명진 스님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 수석은) 즉각 고소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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