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미이동 전원 찬성’ 결단 내린 실종자 가족들
“시신 유실되는 한 있더라도…”
빠른 인양 위해 회의 끝 결정
“아무 사고없이 옮겨져 다행”
“배를 빨리 건져올리면 되지 왜 저렇게 물 밑으로 끌고 다니기만 하는 거야. 배를 보니 더 속이 타네….”
12일 TV 속 백령도 해상으로 천안함 함미 부포와 미사일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실종자 김동진 하사(19)의 어머니 홍수향 씨(45)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아들의 귀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홍 씨는 함미를 보며 아들이 갇혀 있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렸다.
○ “실제로 보니 더 안타까워”
이날 오후 천안함 실종자 가족협의회로부터 함미 이동 소식을 들은 가족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했다. 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예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전하며 “가족 가운데 여러 분이 예인하는 과정에서 유실을 지적했다”며 “이에 회의를 하면서 일부 유실은 인양 때도 마찬가지로 감수해야 하고 예인작업의 안전은 이미 업체가 확인해준 바 있다고 충분히 설명 드렸다”고 말했다.
합의 이후 한동안 뒤숭숭하던 가족 분위기는 TV 뉴스에서 함미 일부를 예인하는 장면이 나오자 급반전했다. 언제 올라올지 기약이 없던 함미의 일부가 나타나자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할 말을 잃은 채 TV 앞에 앉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군대에 자원한 효자 아들을 곧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심영빈 하사(26)의 아버지 심대희 씨(60)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로지 내 자식이 나왔으면…. 그거밖에 없다. 지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일부 가족은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드러난 함미 일부가 손상된 것을 본 한 가족은 “손상된 선체 일부를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보니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 다시 물속에 들어가자 탄식
가족들은 군 당국이 함미를 끌고 간 뒤 예정된 수심 25m 지점에 내려놓는다는 뉴스가 오후 6시경 전해지자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쳤다. 저녁 내내 TV를 지켜본 홍 씨는 “선체를 또 물에 가라앉힌다고 하는데 가슴이 찢어진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실종자 이용상 병장(22)의 어머니는 “내 아들이 이제 겨우 나왔는데…. 다시 물에 들어간다니 마음만 더 참담하다”며 목 놓아 울었다.
이날 생존 승조원들과 가족들도 TV를 지켜봤다. 부대에 복귀한 생존 장병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속보를 확인하며 “살아있었으면 가장 좋겠지만 최악의 경우라도 그 안에 있었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생존자 김현용 중사(27)의 아버지 김석규 씨(57)는 “그동안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았는데 하루라도 빨리 함미가 인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더 지체하면 안 돼” 가족 결단
침몰한 천안함 함미를 12일 작업이 쉬운 백령도 연안으로 옮긴 데는 ‘인양 작업이 더 지체되면 안 된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2시 반경 백령도 사건현장에 있던 가족들에게서 “걸어 놓은 체인 2개를 이용해 함미를 옮겨도 좋은지 결정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실종자 가족대표 46명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10분 만에 ‘찬성’에 합의한 가족들은 10분 뒤 해군에 이를 통보했다.
이처럼 10분 만에 결단을 내린 것은 “어느 정도의 실종자 유실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정국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예인하지 않아도 (유실을 막을) 그물망을 걸기 위해서는 어차피 함미를 한 번 띄울 수밖에 없다”며 “띄우면 유실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예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인양작업 속도도 영향을 미쳤다. 애초 이날부터 기상이 나빠져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이번 주 인양 작업이 전면 중단될 예정이었다. 이 대표는 “침몰 위치에서 그대로 작업했다면 기상 악화로 작업하지 못하는 기간이 최소 5∼7일은 됐을 것”이라며 “이제 그 기간을 줄이게 됐으니 가족들 사이에서 일주일 안에 인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에 앞서 실종자 가족들은 군 당국이 실종자의 생존 가능시간 69시간을 허위로 발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실을 명확히 한 뒤 책임자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본보 8일자 A1면 참조 [천안함 침몰]“69시간 생존, 애초에 불가능했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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