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비운의 왕’인 광해군이 제주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제주대는 지식경제부가 공모한 광역경제권연계협력사업에 양진건 교수(사회교육대학원 스토리텔링학과장)가 제안한 ‘제주유배문화의 녹색관광자원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개발’ 사업이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이 사업을 위해 2012년까지 25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 콘텐츠개발 사업의 중심에는 광해군이 있다. 인조반정 이후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1637년부터 제주에서 기거하다 1641년 일생을 마감한 광해군의 생애를 뮤지컬로 꾸민다. 광해군이 왕이었음에도 국장(國葬)을 치르지 못한 사실을 감안해 국장을 재현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광해군은 1623년 유배길에 올랐다. 강화도에서 아들과 며느리가 자결하고 왕후는 병으로 죽었다. 병자호란이 끝나자 광해군은 홀로 제주에 끌려와 위리안치(圍籬安置·집 안에 가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함)됐다. 광해군이 사망하자 당시 조정은 연산군의 예에 준하는 왕자의 예식으로 장사를 치르게 하고 외손이 제사를 주관하도록 했다. 광해군 묘는 현재 경기 남양주시에 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국가재정을 회복하고 자주적 외교정책 등을 펼친 것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광해군이 제주에서 걸었던 유배 길은 ‘제주유배길 답사 코스’로 만든다. 유배 관련 국제 심포지엄도 열린다.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한 추사 김정희, 면암 최익현 등에 대한 스토리텔링 작업도 이뤄진다. 양 교수는 “제주는 200명이 넘는 유배인이 만든 독특한 유배문화가 있지만 문화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올레길, 문화생태 길이 제주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느끼는 길이라면 유배길은 유배인들의 삶과 사상을 떠올리며 머리로 걷는 차별화된 문화콘텐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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