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함미 이동 동의 시신 유실 위험도 감수…결국 인양작업 앞당겨 ③ 추가수색 중단 요청 시신 찾지 못한 8명 가족들 “장례 더 안늦게 산화 처리를”
“내 동생은 한눈에 알아볼 것 같은데 아직 없네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15일 백령도 인근 해상 작업현장에서 천안함 함미의 인양 장면을 바라보던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은 새파랗게 드러난 절단면처럼 찢겨졌다. 박경수 중사(29)의 형 박경민 씨(33)도 동생의 시신이 끝내 발견되지 않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46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을 취재하며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접했지만 15일 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군 당국의 ‘신원확인 시신’ 발표가 36번째에서 그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 시신 8구는 수습을 못한 채 장례식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신을 찾지 못한 아픔 속에서도 가족들은 최근 힘든 결단들을 내렸다. 가족들은 14일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경우 산화자로 인정키로 하고 16일에는 함미 현장수색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실종자 가족 6명은 생존 장병 3명과 함께 선체 내부를 직접 둘러본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수색 중단 요청은 시신 발견 가능성이 없는 데다 가족들이 결정을 내려줘야 빨리 함미를 평택 제2함대사령부로 이송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인양 현장에 다녀온 실종자 가족들은 16일 오전 시신을 찾지 못한 나머지 가족들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2시간의 설명 끝에 다들 수색 중단에 수긍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가족은 “3번도 넘게 함체에 들어갔다 나왔다는데 어떡하겠나. 다른 가족들 생각도 해야지…”라며 “그래도 꼭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뒤 실종자 가족들은 어려운 고비마다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왔다. 첫 번째는 3일 군에 요청한 실종자 구조 및 수색작업 중단이었다. 지난달 30일 수중작업에 투입됐던 한주호 준위가 실종자들을 찾다 순직한 데 이어 수색에 참여했던 쌍끌이 어선이 침몰해 9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전격적으로 결정이 이뤄졌다. 실종자들에게 사실상의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었다. 처음에는 일부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가족들은 곧 자신들의 주장을 접고 잠수요원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수색 중단 의견을 모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추가 희생자 발생을 막기 위해 실종자 인양 및 생존자 구조를 중단키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2일에는 시신이 일부 유실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함미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옮기자는 군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했다. 가족들이 결정을 내리기까진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신속한 결단으로 함미 인양이 훨씬 빨라진 셈이다. 잠수사들의 수중 작업시간이 길어지면서 함미 인양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다. 이런 용기 있는 결단 덕분에 36명 수병들의 시신이라도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6일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 8명의 함미 수색 중단 결정까지, 고비마다 나온 실종자 가족들의 의연한 결단은 군이 수색 및 인양작업을 원활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가족을 잃은 아픔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가족들의 결단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이제 이들을 배려하는 게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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