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합참 장교가 청와대 직보…軍 보고체계 허점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MB, 합참의장보다 어떻게 먼저 알았나

2함대로 이동 준비 인양된 천안함 함미가 16일 오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바지선에 실려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바지선 위에서는 파손된 거치대 용접 작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백령도=변영욱 기자
2함대로 이동 준비 인양된 천안함 함미가 16일 오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바지선에 실려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바지선 위에서는 파손된 거치대 용접 작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백령도=변영욱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지 4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사건 발생 자체를 까맣게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모르는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합참 장교가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사건 발생 사실을 알려줬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 비공식 라인 통한 청와대 보고

16일 청와대와 합참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사건 발생 29분 뒤인 오후 9시 51분경 해군 출신인 합참의 한 간부가 대통령국방비서관실에 근무하는 해군 상관인 김모 행정관(해군 대령)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사건 소식을 알렸다. 당시 김 행정관은 우연히 청와대 국가위기상황팀 소속 직원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이 직원은 김 행정관으로부터 내용을 전해 듣고 합참에 연락해 확인한 뒤 국방비서관에게 긴급 보고했다.

이로써 다행히 청와대가 긴급 대응에 나설 수 있었지만 정부의 공식 보고체계상으로는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첫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휴대전화를 통한 비공식 내용 전달이 없었다면 청와대도 늑장대응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합참도 위기상황팀에 막 보고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비서관실과 위기상황팀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합참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후 합참 보고까지 23분…합참 접수후 의장 보고까지 26분

해군끼리만 23분간 상황 공유…함미이동도 30분 전에 통보
합참 “보고시스템 불량” 결론
…조만간 관련자 책임 물을듯

김 행정관은 “수시로 합참과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나한테 보고가 들어온 것 같다. 합참이 한 곳에만 보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합참이 가장 먼저 공식 보고해야 하는 라인 중 하나가 위기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청와대 위기상황팀이다. 청와대 해명대로 합참이 위기상황팀에 막 보고를 하려던 참이었다 해도 공식 보고가 휴대전화를 통한 비공식 내용 전달보다 늦었던 것이다. 특히 합참 관계자가 개별적으로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시점까지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이를 몰랐다는 점에서 군 보고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 전비태세검열단 “보고시스템 작동 불량” 결론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은 최근 지휘보고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 군의 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해군과 합참 사이에 원활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천안함의 구조요청을 받은 해군 2함대사가 해군 작전사령부에 첫 보고를 한 것은 오후 9시 31분이었다. 그런데 해군 작전사령부는 14분 동안 미적대다 사건 발생 23분 뒤인 오후 9시 45분에야 합참에 보고했다. 정상적인 보고체계대로라면 ‘천안함→제2함대사→해군작전사령부→합참’으로 빠르게 전파돼야 하는데 당시에는 해군작전사령부까지만 전파된 뒤 합참 보고가 지연됐다.

이어 합참의장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은 오후 10시 11분이었다. 합참 지휘통제실에 사건 발생 사실이 접수된 뒤 내부에서 의장에게 전달되는 데 26분이나 걸렸다. 이는 청와대에 비공식 라인으로 보고가 이뤄진 후 20분가량 지난 시간이다. 통상적으로 합참의 작전 관련 보고는 ‘지휘통제실→작전처장→작전참모부장→합동작전본부장→합참의장’ 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지휘통제실 반장(대령급)이 의장에게 직보를 하는데 사건 당일에는 무슨 이유인지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검열단은 당시 지휘통제실에서 근무를 하던 반장이 사건 발생 상황을 접수했지만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의장에게 한참 뒤에 보고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이 나중에 사건 발생 시간을 여러 번 수정하며 논란을 빚은 데는 이처럼 합참이 늑장보고를 받으면서 사건 발생 시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한 원인이 됐다.

군의 지휘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12일 해군이 천안함의 함미 부분을 최초 침몰 위치에서 수심이 얕은 곳으로 4.6km 전격 이동시킬 때도 드러났다. 해군은 함미를 이동하기 직전에야 작전 승인권자인 합참의장에게 ‘통보’에 가까운 보고를 했다. 반면 해군은 승인권자도 아닌 해군참모총장에게는 일찌감치 함미 이동 작전에 대해 승인을 얻었다. 국방부와 합참은 함미 이동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동 30분 전에야 통보를 받았다.

○ 이 대통령, 합참의장 보고청취 지연 몰랐나

이처럼 합참의장의 보고 청취가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을 청와대가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불투명하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는 “합참의장이 언제 보고를 받았는지는 14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과 이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알았다”며 “사고 발생 직후 4번의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있었지만 이런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첫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지난달 26일 밤에는 ‘합참의장이 지방에서 오고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는 김 장관의 보고가 간단히 있었다”며 “합참의장이 안보회의에는 못 왔지만 이날 늦게 국방부 지휘통제실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동영상 = 천안함 함미와 크레인을 연결한 쇠줄 해체작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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