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자판기 커피 뽑으려 공중전화기 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0일 03시 00분


커피중독 60대, 넉달간 51차례 2만9250원

16일 오후 11시 54분경 강원 원주시 단구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로 노인 한 명이 왔다. 그는 주머니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공중전화 동전 반환구에 밀어 넣었다. 그때 하루 종일 잠복하던 KT링커스 직원 2명이 노인을 덮쳤다. 이들은 노인이 강하게 저항하자 공중전화 부스 문을 닫은 채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노인을 붙잡았다. 4개월 동안 원주시내 공중전화를 돌며 동전을 털어온 김모 씨(69)의 행각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7일 오후 9시 반경 단구동 공중전화기에서 200원을 터는 등 51차례에 걸쳐 2만9250원을 훔친 혐의다. 김 씨는 동전 반환구를 강제로 막아 동전이 반환되지 않고 쌓이도록 한 뒤 2, 3일 후에 다시 찾아와 반환구를 부수고 동전을 털어갔다. 김 씨는 경찰에서 “하루에 커피를 30잔가량 마실 정도로 커피를 좋아해 자판기 커피를 뽑아 먹으려고 공중전화기를 털었다”고 진술했다.

KT링커스 원주지사에 따르면 그동안 망가진 공중전화기는 64대. 부품 교체 등 보수비용으로 490만 원이 들었다. KT링커스 관계자는 “공중전화기 파손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는데 자판기 커피를 뽑기 위해 이런 짓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김 씨에 대해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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