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해외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대신 구매해 대형 방위산업체에 공급하는 중개업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부품가격을 부풀려 헬기 미사일 탱크 등 군에 납품되는 무기나 군수물자의 가격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고질적인 ‘가격왜곡’ 구조를 해소하고, 중개업체를 통해 국부(國富)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과 이 회사의 해외부품 구매를 대행하는 중개업체들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부남)는 최근 S사 대표 신모 씨 등 중개업체 4곳의 대표와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검찰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유도 미사일, 삼성테크윈은 자주포 등으로 대형 방위산업체마다 군에 납품하는 무기분야가 특화돼 있다. 미사일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나사부터 정밀한 전자장비까지 수십만 종의 부품이 필요한데 방위산업체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부품의 구매를 대행해 주는 중개업체와 계약해 공급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과 몇 센트짜리 나사가 수백 달러로 부풀려지기도 하지만, 수천 곳이나 되는 해외 부품업체가 생산하는 나사의 원가를 방위산업체가 일일이 알 수 없어 중개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들 중개업체가 부품가격을 수십 배 부풀린 단서를 잡고 최근 압수한 120상자 분량의 견적서와 입출금명세 등 구매 관련서류를 확인하고 있다. 또 무기를 납품한 방위산업체가 부품 정산자료를 제출하면 방위사업청이 중개업체에 곧바로 대금을 지불하는 관행에 따라 LIG넥스원이 이들 회사와 공모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부품 중개업체는 수십 곳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대부분 대형 방위산업체의 구매대행을 맡고 있어 이번 수사에서 가격 부풀리기 수법이 밝혀지면 검찰 수사가 다른 중개업체와 방위산업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사대상에 오른 중개업체들은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지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지사 대표가 본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어, 부풀려진 구매대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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