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사진작가 라규채 씨(52·전남 담양군청 홍보담당·사진)는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대숲은 空하다’란 주제로 다섯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곧고 푸른 대나무에 바람을 표현한 작품 20점을 선보였는데 대나무 사진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은 전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전시로 최근 월간 사진예술사(대표 김녕만)와 그린아트가 주최한 ‘2010 사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오늘의 작가상’은 지난해 개인전을 연 사진작가 가운데 10명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으로 올해 처음 제정됐다.
라 씨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대나무가 가진 원형의 ‘색(色)’을 ‘공(空)’으로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바람을 끌어들이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카메라를 안고 춤을 추며 바람을 만들어 우주의 본질을 표현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 씨 등 10명의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국영문으로 만든 사진집 ‘The photographers of the year 2010’이 증정됐다. 작가의 작품과 약력이 20페이지씩 실린 양장본으로, 세계 유수 미술관과 갤러리에 배포된다.
라 씨는 “우주 속 삼라만상은 모두 텅 비어 있지만 그 비어 있음은 단순한 ‘무(無)’가 아니라 영원한 ‘공(空)’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대나무에 ‘선(仙)’이라는 철학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라 씨의 또 다른 관심 대상은 바다다. 라 씨는 “3년 전 바닷물이 출렁이다 부서지는 순간 햇빛이 반사되는 것을 앵글에 담았는데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등 오방색이 바로 생명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바다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공(空)에 맞춰 계속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1986년 공직을 시작한 그는 제4회 대한민국 자연환경사진대전 특선을 비롯해 전국 공모전에서 60여 차례나 수상하고 ‘무등산 들꽃 사진전’ 등 사진집도 2권이나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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