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뢰? 韓 기뢰? 억측 알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버블제트 어뢰, 미국만 보유?
한국, 1992년 獨서 도입… 北-中도 개발 가능성 높아

70년대 설치 한국기뢰 폭발?

침몰 지역과 위치 다르고, 기폭장치 없이는 안 터져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중어뢰의 근접 폭발에 의한 버블제트’로 좁혀가고 있으나 일각에선 어뢰가 수중에서 폭발해 함체를 타격하는 버블제트 공격은 미국만이 보유한 최신 기술이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과 국책연구소의 해상무기 전문가들은 “해상 무기체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 한국이 도입한 독일 어뢰도 버블제트

버블제트 현상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현대식 어뢰 공격으로 나타날 수 있는 폭발 현상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런 공격은 잠수함 함장이 언제든 전투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국책연구소의 해상무기 전문가는 20일 “현대식 어뢰는 접촉신관인지, 근접신관인지에 따라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거나 수중에서 폭발해 버블제트 효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나뉘며 근접신관은 이미 제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기술”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도 이미 1992년 수중 폭발에 따라 버블제트 공격이 가능한 중어뢰(수트·SUT)를 독일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어뢰는 잠수함 꽁무니에 붙은 ‘와이어가이드’에 의해 목표물까지 유도된다. 목표물에 접근하면 어뢰에 탑재된 음향탐지기(소나)가 잠수함에 신호를 보내 와이어가 분리된다. 노이즈메이커(군함보다 큰 소리를 내 어뢰를 회피하는 장치) 때문에 표적 밑을 통과했더라도 표적을 다시 쫓아가는 기능까지 갖췄다.

1999년 환태평양 연합해상훈련(림팩) 중 괌 근해에서 한국 해군 잠수함인 이천함이 미군의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를 두 동강 내 27분 만에 수장시켰을 때도 이 어뢰를 함체 바로 밑에서 폭발시켰다. 독일이 1992년 이전에 이미 상용화한 이 기술을 미국만이 보유한 최신식 기술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중국이나 북한이 폭발 심도 조정을 통해 수중 폭발이 가능한 어뢰를 개발하거나 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는 북한이 이런 어뢰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버블제트 어뢰가 미국만 보유한 최신식 어뢰라는 주장은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미군 어뢰라는 낭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1970년대 한국이 설치한 기뢰 폭발?

1970년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서해 5도 주변지역을 잇달아 침범했을 때 한국군이 북한 특수전 요원의 기습에 대비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 설치한 기뢰가 폭발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도 가능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시 기뢰 부설에 참여했던 해작사 출신의 예비역 장성은 “기뢰 설치 지역은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서남쪽이 아니라 백령도 북쪽 400m 해역이었고, 설치한 기뢰는 폭뢰를 개조해 기폭제를 넣고 육지에서 기폭장치로 폭발시키는 일종의 해상 클레이모어였다”며 “바다로 흘러갔다 해도 이미 제거된 기폭장치를 점화하지 않으면 폭파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공격이었다면 승조원들의 고막에 이상이 생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수중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소음은 흡수되고 함체는 위로 들어올려지는 강력한 힘이 전달된다. 고막에는 영향이 없는 것이 정상이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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