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사성향 궁금증 해소”
교사들 “개인정보 함부로 다뤄”
전교조 “조전혁 의원 고발”
“얼른 확인해봐. 조전혁 의원 홈페이지 들어가면 애들 선생님이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인지,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지 다 알 수 있다고 하네.”
고교 1학년생 아들을 둔 박모 씨(46·여)는 20일 아침 회사에서 마주친 동료가 한 말을 듣고 곧바로 컴퓨터를 켜고 자녀의 학교 교사들을 확인했다. 올해 아들의 담임교사는 전교조도 교총 소속도 아니었다. 하지만 작년 담임교사는 전교조 소속이었다.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은데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싶네요. 아이가 ‘광우병’이라든지 정치적인 부분들에 대해 질문했을 때 엄마로서 이를 감안해 준비를 시켰을 수 있었는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9일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사 22만여 명의 실명과 소속 단체를 전격 공개한 뒤 일선 교육 현장에는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학부모들은 크게 환영하는 반면 교사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교원단체 가입 현황이 공개된 조 의원의 홈페이지는 19일 명단 공개 3시간 만에 다운되기도 했다.
고교생 아들을 둔 심모 씨(44·여)는 “우리 애 담임은 (전교조는) 아닌데 만약 전교조였으면 신경은 쓰였을 것”이라며 “자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담임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신경 안 쓰이면 학부모이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기독교인인 선생님이 부활절에 달걀도 돌리면서 종교를 밝히는 것과 전교조 소속임을 밝히는 게 크게 다를 것 있느냐”며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하는 학부모들을 위해서라도 교사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교생 아들 둘을 둔 김모 씨(44·여)도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만 보냈지, 선생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생각에 대해서 제대로 알 길이 없다”라며 “교사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수업. 김 씨는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며 “교사의 소속 단체도 궁금하지만 교원평가 등을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전교조 교사든 아니든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라면 무엇이 문제겠느냐”면서도 “솔직히 선택할 수 있다면 특정 이념에 치우친 교사는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일선 학교에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교사들은 대체적으로 “공개과정이 적절치 못했다”며 명단 공개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34·여)는 “법원에서 명단공개를 금지했음에도 사적인 정보를 공개한 것은 문제”라며 “(아무리 교사가 공무원이라지만) 개인 정보가 너무 함부로 다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고교 교사(46·여)도 “수업과 공적인 교사 단체 활동을 혼동할 선생님은 많지 않다”면서도 “공개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비판했다.
한편 전교조는 20일 조 의원이 교원단체 소속 교사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법원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불법 행위”라며 조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명단 공개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교조를 정쟁 수단으로 만들고 개인정보를 유출해 교원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총에 공동대응을 제안했으나 교총은 “서로의 입장이나 대응방법이 다르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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