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바이러스’ 육지 전파… 전국 어디로 튈지 모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 구제역 김포 상륙 비상

같은 혈청형으로 확인… 농장 5곳 194마리 도살
김포 외곽 제2방어선 구축

정부 오늘 긴급 대책회의… 일본서도 10년만에 첫 발생

도살 준비 구제역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경기 김포시 월곶면 일대에서 방역당국이 20일 오후 중장비를 동원해 인근 가축들을 도살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도살 준비 구제역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경기 김포시 월곶면 일대에서 방역당국이 20일 오후 중장비를 동원해 인근 가축들을 도살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포=원대연 기자
강력한 방역작업에도 불구하고 20일 구제역 바이러스가 경기 김포까지 전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농림수산식품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김포가 1순위가 될 것으로 보고 강화도와 비슷한 수준의 방역활동을 펴왔다”며 “지리적으로 인접한 김포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 피해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이날 오후 충남 보령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불안감은 더 커졌다.

○ 방역망 뚫렸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시 월곶면의 젖소농장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인천 강화군 선원면 A 씨의 한우농장에서 5.3km 떨어져 있다. 당초 방역당국은 강화도 이외의 지역으로 구제역이 전파되지 않도록 총력전을 벌였지만 바이러스는 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위험지역’(발생지역으로부터 반경 3km)을 뚫고 육지까지 상륙한 것이다.

여기에 김포의 구제역 확진 젖소가 항원(바이러스)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판정됐지만, 항체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온 점도 방역작업이 벌어지는 와중에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항원만 나오고 항체가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감염 초기로 판단된다”며 “항체는 감염 후 5, 6일이 지나야 형성된다”고 밝혔다. 당국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8일부터 방역대를 설정하고 방역작업을 벌여 왔다.

강화와 김포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혈청형이 O형으로 같다는 점 때문에 당국은 바이러스가 강화에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 내륙으로 확산 가능성도

농식품부는 월곶면 발생 농장과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4곳의 농장에서 키우는 우제류 194마리에 대한 도살 처분에 착수했다. 또 기존 방역대 외에 김포 외곽지역에 제2의 방역대를 구축해 내륙으로의 확산 방지에 집중키로 했다.

하지만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김포 이외의 지역까지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이창범 축산정책관은 “경기 고양 파주 등 인근에서의 구제역 추가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서울과 김포를 잇는 주요 도로에 경계초소를 설치하고 방역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첫 발생지로부터 150km가량 떨어진 충남 보령의 의심 신고마저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될 경우 이미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령 지역의) 추가 조치는 결과를 본 뒤 결정하겠지만, 일단 김포를 중심으로 내륙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 주재로 전국의 시도 행정부시장 및 부지사 회의를 열어 시도별 방역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발생에 따른 확산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일본 농림성은 이날 미야자키 현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이는 소 3마리가 발견돼 1차 시험에서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고, 2차 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차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인다면 2000년 이후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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