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단순 금품 협박이냐, 선거용 덫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1일 03시 00분


“선거 돕고싶다” 접근 → 2000만원 건네며 사진 찍어 → “돈 안주면 신고” 협박 → “경쟁후보측 사주” 진술

충남도교육감 선거, 수사결과 따라 파장 예상

6·2교육감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현직 교육감 협박 사건의 배후로 경찰이 경쟁 후보 진영을 지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최근 김종성 현 충남도교육감을 협박해 1억5000만 원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 씨(42) 등이 자신들의 배후로 지목한 경쟁 후보 진영의 A 씨를 17일 소환 조사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하지만 A 씨는 경찰에서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이라고 연관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올 1월 29일 오후 9시경 충남 공주시 신관동의 한 커피숍에서 “선거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김 교육감의 제자인 박모 씨를 통해 교육감에게 2000만 원을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박 씨는 김 교육감 집에 찾아가 김 씨로부터 받은 2000만 원을 전달하려 했지만 김 교육감이 거절해 돈을 되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김 씨 등은 금품 전달 과정을 사진 등으로 찍어 김 교육감에게 1억5000만 원을 줄 것을 요구했다가 13일 협박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금품 협박 사건이 아니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수사하고 있지만 김 씨 등이 A 씨의 사주를 받아 김 교육감 측에 돈을 건네려 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충남 지역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단순 협박 사건이 아니라 선거에 악용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꾸며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이 김 교육감을 협박한 김 씨 진술을 토대로 배후 인물을 집중적으로 찾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김 교육감 측은 “김 씨가 왜 돈을 건네려 했는지, 또 왜 그걸 미끼로 돈을 요구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감 선거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A 씨 ‘사주’를 받고 김 교육감 측에 의도적으로 접근해 금품을 전달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면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향후 교육감 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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