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정말 달라졌습니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똘똘 뭉쳤어요. 올해는 훨씬 나은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경북 울릉 지역에서 유일한 고교인 울릉고 박석환 교장(57)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박 교장은 20일 “고3 학생들이 밤 12시까지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울릉고 학생들이 19일 동문이 선물한 체육복을 입고 체육수업을 하던 중 포즈를 취했다. 왼쪽은 박석환 교장. 사진 제공 울릉고
‘교육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울릉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울릉고는 2009학년도에 전국 232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꼴찌 수준(214위)이었으나 2010학년도에는 10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상승폭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울릉고 3개과 전교생 180여 명 중 보통과 학생들은 대입 준비를 하기 위해, 실과인 해양생산과와 정보처리과 학생들은 자격증 공부와 대입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열기가 뜨겁다. 올해 2월 졸업한 61명 중 1명은 한의대에 진학했다. 14명은 경북대 등 4년제 대학에, 40명은 전문대에 진학했다. 진학하지 않은 6명은 모두 취업했다.
울릉고의 ‘괄목상대’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수년째 계속된 교직원들의 노력과 울릉군, 동창회의 지원 등이 일궈낸 ‘정직한 결실’이다. 울릉군은 5년째 울릉고 전교생의 수업료(연간 60만 원 선)와 학교운영지원비(분기별 5만 원 선)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울릉군교육발전위원회도 만들었다. 울릉군 박성식 교육지원계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군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첫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이전 같으면 무조건 육지에 있는 고교에 진학하려던 분위기가 많이 바뀐 만큼 뒷바라지를 더 체계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도교육청은 월 5만 원가량인 중식비의 70%를 지원하고 있다.
울릉고 교직원 27명은 수년째 십시일반으로 1000원씩을 모아 지난해 처음으로 180만 원을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교직원들의 이 같은 정성에 학생들은 밤늦도록 교실에서 학구열을 불태우며 화답하고 있다. 이런 면학 분위기 덕분에 올해는 개교 이후 처음으로 서울대 진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가 목표인 3학년 김현 군(18)은 “울릉도에서 공부해도 얼마든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울릉고에 전교생을 위한 체육복이 도착했다. 서울에서 의류업을 하는 동문이 보낸 선물이다. 이 학교는 1954년 울릉수산고로 개교해 1970년 울릉종합고로 바뀌고, 올해 3월 울릉고로 새 출발을 했다. 울릉도에는 유치원 7곳과 16개 초중고교에 원생 및 학생 920여 명이 있으며 교직원은 총 140여 명이다. 최수환 울릉교육장은 “울릉 학생 한 명 한 명이 반듯하게 자랄 수 있도록 모든 정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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