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지만 일생을 한라산과 함께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이자 행운이었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 양송남 씨(59·사진)가 한라산과 인연을 맺은 지 40년을 맞아 최근 ‘한라산 이야기’(태명인쇄)를 펴냈다. 그의 책은 투박하지만 진솔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양 씨는 고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71년 국유림 순시원을 시작으로 한라산을 만났다. 1978년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소속이 바뀐 뒤에는 조난 구조, 단속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라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도에 나오지 않은 8개의 오름(작은 화산체)을 찾아냈다. ‘입석오름’을 명명한 것은 그의 작품. ‘물가메왓’(일명 소백록담)으로 알려진 산정호수를 찾아내기도 했다. 특별한 지형이나 장소 등 30여 곳에 이름을 지어 붙였다.
1982년 2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제주에 오던 군수송기가 한라산에 추락한 현장을 찾기 위해 새벽부터 눈길을 헤친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당시 특전사 대원 47명, 공군장병 6명 등 53명이 모두 사망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사고 수습을 도왔다. 1979년 2월 눈보라 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조난자가 등에 업혀 오다 숨이 멎기도 했다. 1981년 8월 서울대 치과대 산악부원 2명이 낙뢰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나 왕관릉 주변에 시신을 묻었다. 양 씨는 지금도 그들의 묘를 돌보고 있다.
340쪽 분량의 이 책은 한라산 약사와 경관이야기, 신화와 전설이야기, 조난구조 이야기, 내가 겪은 한라산, 오름 이야기 등으로 꾸며졌다. 한라산의 옛 목장 명칭, 숯 가마터, 연도별 한라산 날씨, 첫눈 내린 날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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