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집을 지으면 날씨가 맑을 것이다’
거미가 거미줄을 치거나 집을 짓는 행동은 먹이를 잡기 위해서다. 다음날 날씨가 맑을 것을 예상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날씨가 흐릴 경우 거미는 집을 짓지 않는다. 소득 없는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거미는 맑은 날씨일 경우에만 주로 움직인다.
선조들은 이런 거미의 움직임을 보고 실용적인 속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젠 정말 속담이 되어버렸다. 환경오염, 이상기온 등으로 거미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어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생물에는 대표적으로 지렁이, 거미 등이 있다. 이 생물들은 청정지역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거미연구소 김주필 소장(67·동국대학교 석좌교수)은 “최근 저온현상 등의 이상기온으로 꿀벌들이 많은 피해를 봤을 것이다. 거미도 꿀벌과 마찬가지로 냉해를 입어 개체수가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봄, 가을에 부화되는 거미 알의 정상적인 부화 수치는 75%정도다. 하지만 이상기온으로 정상적인 수치에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약 3년 전부터 거미 부화개체수를 조사해왔던 김 소장은 “거미의 부화율이 재작년부터 7%씩 감소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상기온 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으로도 거미의 개체 수가 많이 감소했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거미는 약 700여 종 정도. 이 중 홑거미, 돼지 거미 등은 현재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멸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서울에 서식하고 있는 거미 종을 조사해왔다는 김 소장은 “4년 전까지만 해도 150여 종이 발견됐는데 최근에는 100여 종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4년 사이에 거미 종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거미가 본격적으로 부화하는 5월 하순쯤 거미개체 수 조사를 나간다는 김 소장은 “이처럼 이상기온, 환경오염으로 인해 거미 개체수가 계속 감소된다면 온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국내거미를 키워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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