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0억 원에 사겠소. 계약금은 30억 원." 김모 씨(48·사업가)는 그림에 조예가 깊은 이모 씨(52·무직)의 제안에 귀가 솔깃했다. 김 씨는 2004년경 중국에서 '양을 안은 남자'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 '초상화를 그리는 남자' 등 피카소 그림 3점을 1점당 1억5000만 원씩 총 4억 5000만 원을 주고 샀다. 이 얘기를 들은 이 씨는 "한국 계좌에 3000억 원을 보유한 일본 재력가가 당신 그림을 사려고 한다"며 "200억 원에 사겠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계약금을 주겠다며 종로구 평동의 한 사무실로 김 씨를 불렀다. 이 씨와 동업하던 이모 씨(55·무직)과 김모 씨(46·재개발 정비업)도 함께 나왔다. 김 씨가 그림을 들고 나타나자 이들은 점심을 먹자며 김 씨를 데리고 나갔다. 이 사이 이 씨는 김 씨의 그림을 들고 줄행랑을 쳤다. 김 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들은 김 씨의 그림을 사무실에 되돌려 놓고 다시 달아났다. 경찰이 프랑스 피카소재단으로부터 검증을 받은 결과 '양을 안은 남자'와 '콧수염 남자의 초상화'는 가짜였고,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는 진품 여부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김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이 씨(52)를 지명수배 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피의자들 모두 끝까지 진품이라고 믿었다"며 "피카소재단 관계자가 직접 한국에 와서 마지막 1점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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