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 광화문광장 또 2억원짜리 꽃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작년 8월 ‘4억 플라워카펫’ → 10월 ‘1억 국화밭’ → 한 달 뒤 스케이트장 조성 위해 철거
“광장 비우겠다” 약속 무색…치장 급급 세금낭비 아닌지…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커다란 잔디마당과 꽃밭이 생겼습니다. 서울시가 광장 북측 2830m²(약 800평) 규모의 공간에 2억 원가량을 들여 새로 조성한 것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새로’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네요. 이미 지난해 8월 같은 규모의 꽃밭이 있었던 자리니까요. 시는 지난해 광장 개장을 기념해 이 자리에 ‘플라워카펫’을 만들었습니다. 조선의 한양 천도일부터 광장 개장일까지 날짜 수에 맞춰 총 22만4537포기를 심어 화제가 됐죠. 여기에만 예산이 4억 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두 달 뒤인 10월 시는 이 꽃밭에 다시 1억2000만 원을 투입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꽃 일부가 시든 데다 가을을 맞아 국화 등 계절 꽃을 시민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 심은 가을꽃은 불과 한 달 만에 모두 다시 뽑혔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11월부터 스케이트장 조성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죠.

이벤트성 행사가 잦아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시는 올해 2월 ‘시민들을 위해 광장을 비우고 인공 시설물 및 행사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스케이트장 운영이 끝난 올해 2월부터 시는 스케이트장을 철거한 데 이어 잔디 심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잔디를 심는 데는 총 1억40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또 잔디밭 곳곳에 심은 꽃 1만4000여 포기는 모두 5400만 원어치입니다. 비우겠다던 공간에 이번엔 2억 원짜리 꽃밭이 생기는 셈입니다.

더군다나 이 꽃밭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서울시는 아직 겨울 광장 운영 스케줄을 확정짓지 않은 상황입니다. 시 관계자는 “올겨울엔 스케이트장을 만들지 안 만들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겨울의 인기를 반영해 올해도 스케이트장을 만든다면 반년 뒤인 올해 11월이면 이번에 심은 꽃과 잔디도 역시나 사라지겠죠. 광화문광장이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약 9개월 동안 꽃을 심었다 뽑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데만 7억 원 이상이 들었습니다. 미적으로 보기 좋은 광장도 좋지만 지나치게 치장에 집착하는 모습이 새로운 ‘세금 블랙홀’을 연상시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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