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김충식 전남 해남 군수 관사에 경찰청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김 군수가 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죠. 경찰이 집안을 뒤졌더니 옷장의 쇼핑백에서 500만 원짜리 현금 다발이 무려 30개, 1억5000만 원이 나왔습니다. 이어 서재 책상 서랍에서도 4000만 원의 현금 뭉치들이 발견됐습니다. 김 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1일 민주당이 그를 해남군수 후보로 선출했더군요.
한나라당 사정도 다를 게 없습니다. 한나라당 경기 여주군수 공천을 신청한 이기수 여주군수는 지난 16일 같은 당 이범관 의원의 비서에게 현금 2억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가 붙잡혀 구속됐습니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지역토착비리 관련 자치단체장들 중에는 한나라당 지방선거 공천이 내정됐거나 확정된 군수 2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은 공사 수주 등과 관련해 각각 수억 원 상당의 대가를 받은 의혹이 있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합니다.
6·2 지방선거를 40일 앞두고 전국에서 공천 비리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기초단체장 공천은 '7당(當)6락(落)'이라고 합니다. 7억 원을 내면 공천을 받고 6억 원을 내면 못 받는다는 뜻입니다. '광역의원 공천은 3억 원'이란 말도 있더군요. 3억 원은 광역의원이 4년 동안 받는 총보수와 비슷합니다.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공천 비리는 여전하고 오가는 돈의 액수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중앙정치의 먹이사슬 구조에 편입됐기 때문입니다. 돈 주고 공천 받아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각종 이권을 업자들에게 팔고 매관매직을 해서라도 선거 때 쓴 돈을 거둬들이게 마련입니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부패가 사라져야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여야 정당은 비리 혐의가 있는 사람은 정치권에서 영구 추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사정 당국도 공천 비리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돈 선거와 비리 후보를 심판할 수 있어야 지방자치가 살 수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