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우리 아이 영어일기 쓰기, 나의 비법 1호는…GIVE-AND-TAKE!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4월 말이면 미국 대학 정시전형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된다. 하버드대나 프린스턴대 같은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은 어떤 능력을 갖췄을까. 그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에세이’를 잘 쓴다는 점이다. 영어로 글을 잘 쓰기 위한 능력은 단기간에 키울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영어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화여자외국어고 영어과 2학년인 딸 조희정 양(17)과 광신중학교에서 영어 내신 1등급을 받는 아들 조성원 군(14)에게 영어 일기 쓰기를 가르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담은 책,‘1% 더 실천하는 엄마가 영어 영재 만든다’의 저자 이현주 교수(50·감리교신학대 영어과)를 만났다. 아이가 영어 일기 쓰기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해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약속 지키면 반드시 대가… 교정은 최소화, 감상평 꼭 남기고… 언제나 칭찬 잊지마세요

[1] 꾸준히 영어 일기를 쓸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둘째 아이는 어떻게 하면 놀 수 있을까 궁리하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가만히 앉아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었죠. 그래서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가, 영어 문법 책 한 권 끝내면 운동화를 사주겠다는 식으로 보상을 해줬어요.”

2003년 이 교수는 영어교육 전문 과정인 테솔 자격증(TESOL Certificate)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 컬럼비아대에 갔다. 마침 지인의 아파트가 비어서 6학년이었던 첫째 아이와 3학년이었던 둘째 아이도 여름 캠프에 참여하기 위해 이 교수를 따라갔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 생활하던 중 하루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빌로 파이브(Below Five·5달러 이하의 장난감을 파는 가게)에 간 적이 있다.

“미국에 온 기념으로 장난감을 사주려다 문득 장난감을 영어 공부를 위한 동기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수시로 장난감 가게에 데려가서 놀게만 해주고 사고 싶은 마음만 키워줬어요. 그리고 영어 일기를 하나씩 쓸 때마다 1달러씩 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5일만 일기를 썼던 아이들은 장난감을 사기 위해 주말에도 일기를 썼다. 20일쯤 일기를 썼을 때 15달러 정도의 돈이 모였다. 차를 타고 엄마와 함께 빌로 파이브에 간 아이들은 3달러 정도의 장난감을 사고 좋아했다. 그 다음에 이 교수는 아이들을 장난감 백화점인 ‘토이저러스’로 데려갔다. 스타워즈 장난감을 본 아이들은 새로운 목표를 가졌다. 이 교수는 물리적인 보상을 앞세우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가 하는 걱정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기 위해 꾸준히 영어 일기를 쓰는 동기를 갖게 됐다.

[2]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교정은 최소화하라

“처음에 아이들이 쓴 일기를 보고 빨간색 펜으로 교정을 많이 해줬어요, 내성적인 성격의 첫째 아이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았어요. 외향적인 성격의 둘째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일기의 양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어요. 처음 영어 일기를 쓰니까 습관처럼 계속 영어 일기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교수는 교정을 최소화했다. 철자나 대소문자, 문장 기호 정도만 교정해줬다. 이 교수는“문법에 맞는 문장으로 교정해 주는 것보다 아이에게 자신의 일기를 엄마가 읽어준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했다”면서 “아이들이 쓴 영어 일기를 읽고 감상평도 적었다”고 말했다.

감상평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 교수가 미국에 사는 조카와 딸을 데리고 스페이스 뮤지엄에 갔을 때 일이다. 한 칸에 2명밖에 탈 수 없는 놀이기구라서 가위바위보에서 진 딸이 다른 열차에서 외국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게 됐다.

“저는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얘한테 많은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는데 딸은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혼을 냈는데 그걸 일기에 그대로 썼어요. 그래서 그날 아이의 일기장에 미안하다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감상평을 남겨줬어요.”

이후로 아이는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일기에 남겼고, 영어 일기를 통해 모녀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It is fun’처럼 단순하게 일기를 써도 칭찬하면서 왜 재미있었는지 물어보세요. 아이가 왜 그런지 말해주면 그 대답을 써보라고 하세요. 점점 아이의 일기 쓰는 분량도 늘어나고 실력도 늘어날 거예요.”

[3] 쉬운 소재를 아이와 함께 찾아라

아이에게 영어 일기를 쓰라고 하면 무엇을 쓸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부모가 소재를 같이 찾아주는 것도 좋다.

“아이가 영어로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계속 고민한다면, 엄마가 아이의 하루에 대해 물어보면 소재를 찾을 수 있어요. 아이한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뭔지, 가장 속상했던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거예요. 꼭 뭔가를 해야만 소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성원이 같은 경우는 게임을 할 수 있어서 휴일이 좋다는 내용으로 일기를 쓰기도 했으니까요.”

또 영화나 책, 공연을 보고 난 뒤의 느낌도 좋은 일기 소재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아이가 감상평을 한 문장으로밖에 표현해 내지 못하는 경우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미국에 있을 때 ‘스타워즈’ 시리즈를 비디오로 빌려봤는데 그게 인상 깊었던 성원이는 비록 한두 줄이지만 ‘Today I watched StarwarsⅤ. Starwars are cool’(스타워즈Ⅴ를 봤다. 스타워즈는 멋지다)라고 감상평을 적었어요. 그래서 왜 스타워즈가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니까 루크가 멋있다고 말하더니 ‘Luke has a laser beam(루크는 레이저빔을 가졌다)’ 문장을 추가했어요. 처음에 아이가 한두 문장밖에 쓰지 못하더라도 야단치지 말고 일단 잘 썼다고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왜 재미있었는지 아이에게 물어보면, 그 이유에 대해서 더 쓸 수 있게 되죠.”

정석교 기자 stay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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