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교통혁명Ⅰ]‘희망의 길’ 거가대교 침매터널 세계가 주목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총연장 8.2km 중 3.7km 구간 수심 48m에 침매터널 시공


14일 오후 경남 진해시 안골동 욕망산 아래 안골나루터. 40인승 배를 타고 오메가(Ω)형 안골만을 빠져나가자 우측에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지구 택지개발지구, 좌측에는 부산신항 북측부두가 한눈에 들어왔다. 부산신항 남측 부두와 신항 등대를 끼고 20여 분 지나자 바다를 가로질러 ‘희망의 길’이 펼쳐졌다. 세계 해양 토목공사에 기념비가 될 부산·거제연결도로(가칭 거가대교)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다.

거가대교는 총연장 8.2km.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수심 48m에 있는 침매터널 3.7km와 주탑 2개로 만들어진 2주탑 사장교, 주탑 3개로 만들어진 3주탑 사장교, 육상터널 및 접속도로 4.5km가 하나로 연결된다.

4월 현재 공정 88%. 12월 10일 개통 예정이다. 대우건설(43.4%)과 대림건설(21.3%) 등 7개사 지분참여로 설립한 GK해상도로㈜가 사업시행자다. 준공 후 40년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한다. 총사업비는 민간자본 1조5255억 원을 포함해 총 2조2345억 원. 진·출입 구간인 가덕대교 1.12km와 가덕도 천성∼눌차 간 7km, 거제시 장승포∼유호 간 접속도로 17.52km도 함께 건설되고 있다. 천성∼눌차 구간 담당 삼성물산 건설부문 허태익 현장소장(50)은 “녹산공단을 거쳐 가덕대교를 지나 부산∼거제 연결도로로 진입하기 전인 접속도로 구간 공사도 차질 없이 10월경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역사적 공사현장’ 근무를 자랑했다.

○ 침매(沈埋)터널, 세계적 관심사


천성마을을 지나 300m 정도 이동하자 갈매기가 비상하는 형태의 침매터널 진·출입구가 거대한 모습을 드러냈다. 터널 안에서도 바닷속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침매터널은 국내 최초 시도다. 공사현장에서 38km 떨어진 통영 안정공단에서 만든 길이 180m, 높이 9.97m, 너비 26.5m의 거대한 4각 콘크리트 구조물인 침매 함체 18개를 바닷속에 가라앉혀 함체를 연결해 가면서 터널을 건설하는 방식이다. 한 개 무게만 4만5000t에서 5만 t에 이른다. 함체를 세우면 64층 규모 아파트 높이. 하나의 함체에 들어가는 콘크리트는 아파트 102m²(약 30평)형을 기준으로 460채, 철근은 970채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함체는 양끝을 임시 벽으로 막아 잠수함 같은 형태를 유지한 채 물을 채우고 부력을 이용해 바다에 띄운 뒤 공사현장까지 예인한다. 이런 과정을 18번 거쳐 침매터널이 완성된다. 현재 함체 16개가 연결됐다. 다음 달 중순까지 나머지 2개 함체 매설작업도 끝낼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침매터널은 140여 곳이 있다. 하지만 거가대교 침매터널이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규모와 첨단 시공기술 때문. 5가지 세계 최초 기록과 3가지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먼저 침매 함체 1개 길이가 180m로 세계 최대다. 침매터널이 시공되는 수심은 48m로 가장 깊다. 내해(內海)가 아닌 파도가 높고 조류가 심한 외해(外海)에 건설되고 있는 것도 기록이다. 또 시공구간이 연약지반인데도 새로운 특수공법을 적용하고, 8개의 콘크리트 조각(세그먼트)을 이어 1개의 함체를 만들면서 연결하는 각각의 조인트를 이중으로 설치해 안전도를 높였다는 점도 처음이다.

깊은 수심에서 거대한 함체들을 서로 연결하면서 4cm 오차 범위 내에서 연결해야 하는 초정밀 시공을 위해 EPS(External Positioning System: 위치조정시스템) 공법을 새롭게 시도했다. 50년간 지역 해상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상예보시스템을 적용해 함체를 이동한 뒤 바다에 가라앉혀 연결했다.

2004년부터 4년간 연약지반의 침매터널 구간을 모래 파일과 콘크리트 파일로 다져 침하를 방지한 뒤 침매 함체를 그 위에 설치했다. 침매터널에서 사장교로 오르는 경사도 구배는 4.7%. 침매터널 가장 깊은 지점과 사장교 상판 사이의 높낮이 편차는 100m에 이른다.

침매터널담당 대우건설 조봉현 현장소장(44)은 “국내 최초란 점이 가장 어려웠고, 결국 수심 48m에 높은 파고와 바람, 조류 등 6년간 거친 자연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 바이올린 현 연상


중죽도∼저도를 잇는 2개 주탑으로 이뤄진 2주탑 사장교와 저도∼거제도를 잇는 3개 주탑으로 이뤄진 3주탑 사장교, 이 사이에 있는 중죽도 및 저도터널로 연결된다.

2주탑 및 3주탑 사장교는 기존 사장교들이 H형 주탑으로 지어진 것과는 달리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미와 부산의 문화적 요소를 반영해 국내 처음으로 곡선 다이아몬드 형으로 건설된 것이 특징이다. 2주탑 사장교 높이는 158m, 3주탑은 104m. 해상 및 고공작업 위험성을 고려해 자동상승거푸집(오토클라임) 공법을 적용해 공기 단축과 작업자 안전을 확보했다.

사장교 기초는 국내 해상 교량에서는 최초로 ‘프리캐스트 케이슨 공법’을 시도했다. 이 공법은 육상에서 구조물을 미리 제작한 뒤 해상으로 운송해 조립하는 새로운 공법. 사장교 주탑을 제외한 모든 구조물에 적용됐다.

해수 흐름으로 인한 교량기초 부분 균열을 막기 위한 수중그라우팅 공법, 교량 수명을 100년 이상 확보하기 위해 일반 콘크리트보다 염분 침투가 적고 내구성이 뛰어난 콘크리트구조물을 제작하는 듀라 크리트 공법, 상판을 주탑 가로부에 올려놓지 않고 케이블에만 매달려 있게 하는 플로팅데크 시스템 공법 등은 ‘신 공법 경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판과 주탑을 연결하는 케이블 1개 지름은 40∼50cm로 5mm 강선 637개가 새끼줄처럼 꼬여 힘을 지탱하고 있다. 주탑에서 최고 210m, 최소 67m의 케이블이 좌우 40개씩(2주탑 기준) 상판을 매달고 있는 모습은 바이올린 현을 연상시킬 정도. 다도해 스카이라인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장교담당인 대우건설 전대원 대리(37)는 “2년 6개월째 현장에서 바닷바람과 싸우고 있다”며 “교량 역사를 다시 쓴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 위험요소에 대비

바닷속이란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시공사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안전. 침매터널은 해수면에서 침매 함체 보호공 상부까지 수심이 최소 20m 이상으로 5만 t급 컨테이너 선박의 최대 15m 이상 수심확보 조건을 충족시켰다. 항로를 이탈한 대형 선박이 있을 경우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춘 비상관제소를 통해 위험 발생에 대비한다.

내진설계로 강한 지진이 발생한 후에도 통행이 원활하도록 설계했다. 침매터널의 진·출입 구간은 폭풍해일과 터널 침수를 막기 위해 터널 진입부 높이를 충분히 확보하고 안전구조물인 ‘테트라 포트’를 설치했다.

특히 침매터널 내 왕복 4차로 중앙부에 대피소와 비상통로, 각종 케이블 설치 공간 등의 역할을 하는 폭 2.5m의 중앙갤러리를 3.7km 전 구간에 마련했다. 상·하행선 터널 내부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90m 간격으로 설치한 방화문을 통해 대피할 수 있도록 한 것. 방화문 안쪽은 기압이 바깥보다 0.05% 높도록 설계돼 화재로 인한 연기가 스며들지 않는다. 터널 전체는 일반 콘크리트와 철근이 녹는 1300도 열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화재로 처리했다.

대우건설에 근무하고 있는 덴마크 출신 교량 전문가인 제스퍼 엘 아스퍼그 씨(34)는 “거가대교는 지진, 바람, 태풍, 교량 하부의 선박충돌과 극심한 하중조건에 철저하게 대비했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부산-거제 연결도로 추진 일지
-1998. 1. 8: 민자유치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1995. 3. 6 기본계획 고시)
-2003. 2.18: 실시협약체결 및 사업시행자 지정
-2004.10∼12: 기본설계 승인,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협의 완료
-2004.12.10: 착공
-2005. 4.27: 어업손실보상 약정체결
(조합↔부산·의창·거제수협)
-2010. 4월 현재: 침매터널 등 공사 추진 중
※공사실적: 함체제작, 침설 및 사장교 주탑, 상판거치 등 공사 추진 (공정 88%)

▼부산-거제 연결도로 기록물/ 3월 31일 현재
- 인력 투입: 111만6828명
- 시설 견학 방문객: 4만8811명
- 투입된 레미콘: 13만5849m³
- 투입된 철근: 10만6284t
- 투입된 골재(자갈): 80만5574t
- 투입된 시멘트: 34만3652t

자료: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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