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교통혁명Ⅰ]‘꿈의 바닷길’ 거가대교 물류-관광 새차원 열린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거제도-가덕도 관광벨트… 세계적 체류형 휴양지 조성 계획


《매년 한해를 보내고 맞는 시기에 동해안으로 ‘해맞이’를 떠났던 부산 수영구 수영동 윤태균 씨(43). 내년 1월 1일에는 부산∼거제 연결도로(거가대교)를 거쳐 고향인 경남 거제도에서 해맞이를 하기로 두 딸과 약속했다. 고향 길이 ‘추억의 고생길’에서 ‘꿈의 바닷길’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해맞이 장소는 연결도로 끝 장목나들목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옥포대첩기념공원. 거제시 옥포2동에 위치한 이곳은 임진왜란 발발 이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이긴 해전을 기념하는 공원이다. 역사적인 의미를 되짚어보고 부모님이 있는 연초면 오비리에서 신년을 맞는다는 것이 윤 씨 계획이다.》

U자형 교통체계 구축

현재 부산∼거제 구간은 마산∼고성∼통영을 거쳐 가는 남해고속도로 및 국도 14호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거리는 140km. 유류 비용과 통행료를 합한 차량 대당 평균비용은 1만6800원 정도. 그러나 거가대교 개통으로 통행거리가 80km로 단축되고 통행시간이 1시간 반가량 줄어든다. 통행 비용으로 환산하면 차량 대당 약 1만200원으로 기존 노선에 비해 6600원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또 1시간 반 이상 통행시간 단축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 비용 절감효과(1만1250원)까지 고려하면 1만7850원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게 건설회사 측 관계자 분석.

경제 효과뿐 아니라 물류체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서해대교가 서해안 물류체계를 변화시켰다면 거가대교는 울산을 포함한 남해안의 물류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울산, 부산 신항만과 녹산 및 신호공단 등 서부산권 산업단지, 거제 조선 산업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규모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

또 부산∼거제 구간 공간적 연결로 서부산 및 거제―통영―진주지역이 반경 50km 권역(주행시간 50분 이내) 안에 위치해 새로운 배후지를 형성한다. 부산 신항만과 북항, 마산항을 연결해 상업, 업무, 금융, 지원시설을 늘려 국제화 거점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 대전∼통영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U’자 형태로 연결해 남해안과 경부고속도로 기능을 보완할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변화는 관광기능. 거제지역 수려한 자연환경과 부산을 낀 다양한 관광자원으로 수도권 관광객 유입 기능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무역항인 부산항 크루즈 관광객과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외국관광객 유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와이키키 볼티모어, 멕시코 라스다하스, 프랑스 랑독루시앙 등과 같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낀 세계적인 유명 관광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다. 부산∼거제∼통영∼남해∼전남 여수∼완도∼목포를 잇는 남해안 관광벨트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와 거제시는 대규모 관광지 개발과 해양레포츠 활성화 등 관광시장 다변화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해안 관광벨트 즐기기

거제 해안은 곳곳이 절경이다. 동과 남은 대한해협, 서는 한려수도와 통영, 북은 진해만이 자리하고 있다. 10개 유인도와 55개 무인도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제를 아름다운 흑진주에 비유한다. 면적은 401.45km²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그러나 통영에서 2개 대교가 연결돼 있고, 올해 말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거제도는 이제 섬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조선업 중심지답게 삼성조선과 대우조선이 있다. 두 조선소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만도 60여 개국 8000여 명에 달해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도시로 활력이 넘친다. 두 조선사와 협력업체 근무 인원이 5만여 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15만 명에 달한다. 거제 전체 인구 65%가 조선소 가족이다. 인구도 계속 늘어나 2006년 20만 명을 넘겼다. 2016년이면 3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아직 2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거제도에서는 2008년 3만 달러를 넘었다. 현재는 약 3만4000달러로 추산된다.

거제에는 숨은 명소도 많다. 차를 타고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는 시간도 절약하고 해안로를 따라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다. 가조도와 칠천도, 고성만을 끼고 도는 고현∼한내∼석포∼하청 구간은 바다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코스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충무공 첫 승전지 옥포대첩기념공원, 대우조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목∼대금∼외포∼옥포 구간은 이색적인 체험 코스. 장승포∼지세포∼와현∼구조라∼학동∼해금강 코스는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거제시가 새로운 관광메카로 조성하고 있는 지세포는 해양레포츠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직도 비포장길이 남아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해금강∼여차∼명사∼쌍근 코스는 안개와 구름이 작은 섬을 휘감아 절경을 연출한다. 쌍근∼가배∼함박금∼오송∼동부∼거제 코스는 청정해역이며 굴 생산지로 유명하다. 가배는 임진왜란 당시 경남 우수영 수군삼도 통제영이 있던 바다의 요새. 거제∼외간∼법동∼둔덕∼거제대교 코스는 거제 서쪽 지역으로 청마 유치환의 고장이기도 하다. 청마 생가와 기념관 산방산 비원이 자리 잡고 있다.

거제시는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장목면 대금산∼시방마을∼이수도를 연결하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타당성 용역을 실시 중이다. 또 장목면에 대규모 체류형 휴양리조트 단지를 만들기로 하고 최근 한화호텔&리조트㈜와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비경은 거제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가대교 초입인 가덕도(강서구 천가동)도 빼놓을 수 없다. 거가대교 공사가 시작되기 전 가덕도는 때 묻지 않은 보물섬이었다. 그러나 이 도로와 부산 신항만, 가덕대교 공사가 시작되고 동북아 제2허브공항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역동적 모습으로 변했다.

최고봉인 연대산(459.4m)을 중심으로 동북쪽으론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 동남쪽으론 대항 새바지의 넓은 자갈밭과 용두암이 자태를 뽐낸다. 동백 숲과 동두말, 가덕도 등대 주위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 외양포 해수욕장, 두문의 길게 뻗은 솔 섬, 천수말 코바위 등 가덕도는 해금강 절경을 방불케 한다.


역사유적도 많다. 천가초등학교 운동장에는 1866년 흥선 대원군이 세운 ‘가덕도 척화비’가 묵묵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왜구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둘레 960m, 너비 4.5m, 높이 3m인 천성진성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두문마을 해안에는 길이 2.5m, 두께 0.8m 정도의 부산에서 유일한 지석묘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서해안 진출을 저지한 교두보였던 천성진성 안에는 이순신 장군 전적비가, 대항동에는 100년간 바닷길을 밝힌 가덕도 등대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부산시는 거가대교 개통과 아울러 가덕도 22.52km²(약 680만 평)를 세계적 체류형 해양복합관광휴양지로 조성키로 하고 최근 국제공모를 통해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가덕도를 △눌차만(개발개념 Golden Bay) △천성항(Discovery Bay) △대항(Fisherman's Wharf)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특성에 맞게 개발한다는 전략. 눌차만은 부산 신항만과 국제산업물류도시, 신공항 배후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매립지에 국제비즈니스, 해양관광, 쇼핑, 위락시설을 갖춘 핵심지역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천성항은 크루즈, 페리부두, 요트, 해양수족관 등 다양한 해양관광 및 레저시설이 들어서도록 할 계획. 외국인 전용 고급주거단지도 추진한다. 전통 어촌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대항 지역은 등대와 일본군 유적지(포진지) 등을 활용한 어촌체험관광 마을과 예술인 마을, 영화촬영세트장 등 문화와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특화 개발한다.

어디서나 바다조망이 가능한 등산로, 연대봉 봉수대, 봄이면 볼 수 있는 전통어로방식인 숭어가, 대구와 유자로 유명한 곳 가덕도. 이제 닫힌 섬이 아닌 열린 공간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부족한 2%

교통량 급증으로 양 지역 진입도로에서 교통 체증이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거가대교를 통해 거제로 진입하는 길이 17km의 새 연결도로(장목면∼연초면)는 거가대교 준공과 함께 개통될 예정이다. 그러나 연초면에서 거제 시내로 가기 위해선 기존 국도 14호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 도로는 거제∼통영 구간 유일한 연결도로여서 혼잡이 예상된다. 교통 분산을 위한 국도 14호선 우회도로 조기 완공이 시급하다.

또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거제까지 연장되지 않아 거제 내부 교통량을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도시 팽창에 따른 주차장 확보도 해결해야 할 문제.

가장 큰 관심사는 거가대교 통행료. 현재 1만 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지만 운영사 측과 소비자 측의 시각차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난개발과 환경오염도 걱정. 거제시는 대규모 관광객 유입과 민간기업 진출이 늘어날 경우 무분별한 개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거제시는 산지가 72%여서 가용토지 부족에 농지나 산지 형질변경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한 산업폐기물, 생활쓰레기가 늘어나고 자연환경 파괴로 거제 이미지 손상도 우려된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위화감 조성은 물론이고 문화적 정서적 정체성 상실, 지역공동체 해체의 부작용도 걱정거리다. 거제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부산에 비해 교육이나 문화, 의료, 쇼핑 인프라가 부족한 거제 지역 상권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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