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교통혁명Ⅰ]부산 → 김해, 70분 거리? No, 이제 37분이면 됩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내년 4월 국내 최초 무인시스템 경전철 개통… 매일 오전 5시∼밤 12시 3분 간격으로 운행

경남 김해시 어방동에 살다 출퇴근 문제로 부산으로 이사를 한 김모 씨(37). 부산 서면에 직장이 있는 그는 김해에서 이곳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10분가량 걸렸다.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으로 승용차는 집에 놓아두고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김해에서 출퇴근할 예정이다. 내년 4월 김해와 부산을 잇는 경전철이 개통되기 때문이다.

김해시내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43)도 김 씨와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출퇴근시간 교통체증 때문에 30분이면 갈 거리를 1시간 10분가량을 꽉 막힌 도로에서 허비했다. 자택인 사상구에서 김해까지 한번에 연결하는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을 이용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사상역에 나가면 경전철로 직장 바로 앞까지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나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전철로 출퇴근할 생각이다.

주말이면 부산에서 가족들과 함께 금관가야(김해) 역사기행을 떠나는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김해시민들에겐 쇼핑과 문화 향기를 즐길 수 있는 최고 교통수단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승한 경전철 주변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사상대로 중앙을 따라 높이 15m의 고가레일 양쪽으로 사상공단이 펼쳐진 뒤 곧바로 오른쪽엔 서부버스터미널과 쇼핑몰 ‘르네시떼’가 한눈에 들어왔다. 강변공원 역을 지나자 낙동강 둔치에 잘 정비된 삼락강변공원이 펼쳐졌다. 자전거를 타거나 각종 체육시설을 이용해 운동을 하는 시민들 모습에서 활력이 느껴졌다. 700리를 흘러내려온 낙동강의 아름다움에 잠시 취하는 듯하면 김해평야가 시야에 다가왔고, 경전철은 어느덧 김해공항역에 도착했다.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 역과 역 사이 평균 이동시간은 2∼3분. 사상역에서 김해공항∼서연정∼김해시청을 거쳐 종착역인 김해 신명역까지 21개역, 총연장 23.8km의 거리를 37분에 주파한다. 매일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3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내년 4월 개통 예정인 이 사업은 2002년부터 민간제안사업(BTO)으로 추진됐다. 사업비는 민간자본을 포함해 1조2615억 원이 투입됐다. 사업시행자는 부산김해경전철㈜.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가 각각 25%씩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토목과 구조물, 궤도공사는 공정 99%에 이른다. 이달부터 차량과 신호, 제어 설비 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에 들어갔다. 시운전은 내년 4월까지 차량 안정성과 운영 최적화를 위해 모든 구간에서 진행한다.

경전철 차량은 길이 27m, 폭 2.65m, 높이 3.6m로 2량 1편성을 기준해 입석까지 포함하면 최대 304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평균시속 38km로 달리는 경전철이 개통되면 부산에서 김해까지 이동시간이 현행 1시간 10분에서 30분대로 단축된다. 부산과 경남 간 인적·물적 교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하고 시공한 경전철 특징은 국내 최초 무인시스템으로 운행되는 것. 모든 시스템은 차량기지(김해 삼계동) 내 중앙관제센터에서 제어한다. 차량 전후방에는 별도 운전실이 없고 승객석 맨 앞자리에 수동 기기가 놓여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시설이다. 차량 안에는 비상시 승객이 중앙관제실에 연락을 할 수 있는 비상 통화 장치가 4대 설치돼 있다. 통로 위쪽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방식의 안내 표시기에는 열차 속도와 역명 등이 표시된다. 소음과 진동도 거의 없다. 차량 앞뒤는 물론 객실 창문도 큰 통유리여서 낙동강과 김해평야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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