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검사 100여 명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가 26일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취소로 재수감됐다.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조만간 정 씨를 불러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확인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진상조사단은 정 씨에 대한 조사에 앞서 정 씨가 1985년 이후 수사기관에 입건됐던 여러 건의 사건 수사기록을 부산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정 씨가 수십 차례나 입건됐으나 실제 기소된 것은 5, 6건에 불과한 것이 검사들과의 유착관계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진상조사단은 이 같은 내용 등을 포함한 기초조사 결과를 27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리는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 첫 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진상규명위가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징계시효가 걸림돌이다. 지난해 11월 검사징계법이 개정돼 지금은 징계시효가 5년이지만 그 이전에는 3년이었다. 정 씨가 폭로한 문건에 구체적인 일시와 접대 내용, 참석자가 명확하게 나오는 향응 접대 시점은 2003, 2004년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4, 5년 후인 지난해 3월과 4월에 접대한 사례가 나온다. 그 공백 기간에는 정 씨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접대를 할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접대 시점과 징계시효를 따져보면 지난해에 있었던 두 차례의 접대 외에는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또 검사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고 ‘○○부 검사 전원’ 식으로 돼 있거나, 구체적인 접대 내용 없이 이름만 나와 있는 경우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검사들은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마땅히 강제 조사할 방법도 없다. 문건에 이름이 오른 전직 검사들은 대부분 “정 씨를 본 적도 없는데 왜 내 이름이 거기에 올라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 씨의 문건에 실명으로 오른 57명 가운데 전직은 29명이다.
한편 부산지법은 26일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신병치료를 이유로 풀려나 있던 정 씨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이날 오후 6시로 단축하는 방식으로 재수감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 씨가 구속집행을 감당하기 어려운 건강상태라고 보기 어렵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향후 법원의 여러 조치를 피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재수감되기 직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어떻게 싸워 나가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며 “진상조사위의 조사에 협조할 것이나, 검사들과 대질을 시켜주고 검사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