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끼폭포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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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한라산의 대표적 비경
태풍 등으로 이끼층 손실
모데미풀 등 자생지 위협

한라산의 대표적 비경 가운데 하나인 이끼폭포. 2007년 태풍으로 이끼층이 쓸려나간 후 쉽사리 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임재영 기자
한라산의 대표적 비경 가운데 하나인 이끼폭포. 2007년 태풍으로 이끼층이 쓸려나간 후 쉽사리 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임재영 기자
한라산의 대표적 비경(秘境) 가운데 하나인 ‘이끼폭포’. 26일 오후 여미지식물원 학술조사팀과 동행해 이끼폭포를 찾았다. 태풍으로 무너져내린 이끼폭포의 실태와 주변 식생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한라산 어리목관리사무소에서 계곡(일명 Y계곡)을 따라 1.5km가량 걸어 해발 990m 지점.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이 만든 이끼폭포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10여 m 높이의 암벽을 덮은 이끼 사이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내렸다. 고지대 계곡의 지류를 타고 내려온 빗물 등이 다습한 환경을 만들었고 깊은 골짜기라서 햇빛이 적게 들어 이끼가 살기에 알맞았다.

주변 제주조릿대 사이로 ‘세바람꽃’ ‘범꼬리’가 꽃을 피웠다. 30여 분 동안 주변 식생을 탐색한 끝에 세계에서 한국에서만 자라는 멸종위기종인 ‘모데미풀’ 30여 포기를 발견했다. 암술과 수술을 하얀 꽃잎이 받치고 있다. 한라산 계곡 습한 지역에서 자라지만 계곡 사면 붕괴 등으로 자생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끼폭포 일부 암벽지역은 이끼층이 쓸려 내려간 모습이 확연했다. 화산쇄설물인 붉은빛의 스코리어층이 그대로 노출됐다. 가로로 100여 m이던 이끼폭포가 50여 m로 줄었다. 상층부의 2∼3m도 흙과 자갈이 뒤덮었다. 2007년 9월 제주에 불어닥친 태풍 ‘나리’로 이끼층이 사라진 것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이끼폭포를 복원하기보다는 자연 생태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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