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해군 제3함대사령부 체육관.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 속에 15일 순직했거나 실종된 링스헬기 조종사 2명과 승무원 2명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하늘도 이들의 영결식을 슬퍼하는 듯 굵은 빗방울이 체육관 철제 지붕을 두드렸다. 식장은 유족들의 흐느낌과 비통해하는 장병들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권태하 소령, 홍승우 대위, 임호수 상사, 노수연 상사.” 고인들의 이름을 부른 임종철 해군 3함대사령관은 “조국 바다를 지키려 떨어지는 헬기를 끝까지 끌어안았던 용사들이여. 쪽빛 바다에 시신을 뿌렸지만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아있다”고 애도했다.
홍 대위의 동기인 김창현 대위는 추도사를 통해 “승우야 목 놓아 부르는데 왜 대답이 없니”라고 울먹였다. 김 대위는 홍 대위와 헬기 조종 교육을 받을 때부터 한부대에 배치돼 3년간을 동고동락한 전우였다.
영결식이 끝나고 유골과 위패가 운구차에 실리자 유족들은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목 놓아 울었다. 위패를 뒤따르던 홍 대위 어머니 하미숙 씨(53)는 “아들아! 아들아”를 외치다 실신했다. 한 유족이 임 상사의 딸 연주 양(2)에게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지”라는 말을 건네자 연주 양은 싱긋 웃으며 영정에 손을 흔들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순직 장병들이 부대를 떠나는 마지막 길은 전국에서 온 옛 동료 30여 명이 지켰다. 최준영 씨(26·대구 북구 관음동)는 해군 제615대대 마크가 새겨진 예비군복을 입은 채 흐느끼며 영정에 경례를 했다. 최 씨는 “2006년경 615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할 때 권 소령님이 동생처럼 돌봐주셨다”며 “권 소령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2년 전 제대를 한 이태현 씨(29·경남 거제시)와 장진희 씨(30·강원 삼척시)는 휴가를 내고 영결식에 참석했다.
순직 장병들은 이날 오후 5시경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실종자인 홍 대위와 노 상사 가족들은 부대에 보관된 실종자들의 머리카락과 유품을 안장시켰다. 노 상사 아버지인 노채연 씨(58)는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장례를 치렀지만 아직 아들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시신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바람에 수색작업을 지휘하는 3함대사령부에 머물 것”이라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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