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나 국정원 다니는데…” 11억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준장 계급장 군복입고 “군납 알선” 속여

“국정원에서 근무하는데 아직 혼자예요.”

손모 씨(48·무직)는 2004년 8월 인터넷 ‘소띠 모임’ 카페에서 만난 김모 씨(48·여)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2001년 남편과 사별한 김 씨가 1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였기 때문. 훤칠한 외모의 손 씨에게 호감을 느낀 김 씨는 “시아버지가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출소했다”며 “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할까 걱정된다”는 말까지 털어놨다.

손 씨는 “우리 외할아버지도 정치사상범이라 나도 육군사관학교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며 “300만 원만 주면 깨끗하게 과거를 지워주겠다”고 속였다. 손 씨는 이때부터 “부동산, 임야 등에 투자해 돈을 불려주겠다”며 김 씨를 속여 6년여 동안 11억 원을 가로챘다.

그는 2007년 3월에는 서울 중랑구의 한 지역향우회에 가입한 뒤 “육군 준장인데 국정원에서 파견근무 중”이라며 “보급 장교를 많이 알고 있으니 군에 납품할 수 있도록 알선해주겠다”고 회원들을 꼬드겼다. 주류도매상 이모 씨(41)와 주모 씨(36)가 이 말에 속아 3000여만 원을 손 씨에게 줬다.

손 씨는 향우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준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손 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