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분향소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비가 내렸지만 조문객들의 추모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이날 오후에는 제1·2연평해전 전사자 가족과 생존자 및 그 가족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인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 예비역 대령(68) 부부를 비롯해 6명의 가족은 또다시 일어난 비극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윤 대령은 “우리 애들 같아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모른다”며 “누군가가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가족들이 잘 참고 견디시길 바란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함께 조문 온 고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 임헌순 씨(64)는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박경수 상사 가족은 이런 일을 두 번 당하시는 셈인데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그저 힘내시라”고 전했다.
제2연평해전 생존자들도 조문했다. ‘제2연평해전 전사자추모본부’ 12명은 헌화하고 영정에 거수경례를 붙인 뒤 유족들과 인사하고 박 상사 가족을 만났다. 당시 갑판장이었던 현역 이해영 원사는 박 상사 부인 박미선 씨(29)에게 “우리도 모두 다 동기고 가족이라 생각하시고 앞으로 서로 기댈 부분이 있으면 진심으로 돕겠다”며 “추모본부 측에서 힘을 모을 부분이 있으면 함께 모으겠다”고 말했다. 당시 병장으로 생환해 전역한 권기형 씨(28)는 “생존 장병들의 마음도 안 좋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 유가족들과 껄끄러웠던 감정도 스러지고 우리처럼 함께 위로하고 의지하는 사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천안함 함미 수색작업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한 98금양호 선원 가족 6명도 희생 장병 가족들과 만났다. 이들 6명은 조문 후 나재봉 천안함 전사자가족협의회 장례위원장을 만나 인사하고 잠시 자리를 마련해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금양호 실종자 이용상 씨(46)의 동생 이원상 씨(43)는 “저희도 천안함 관련 희생자들로서 안타까운 마음이고 국민들의 깊은 관심으로 하루 빨리 일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생 장병 자녀들이 다니는 원정초등학교 5, 6학년 학생 160여 명도 단체 조문을 왔다. 이 학교 전교생 617명 중 76%인 470명이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자녀들이다. 고 남기훈 원사의 아들 재민 군(12)과 친하다는 5학년 2반 최창한 군(11)은 “재민이 형 힘내라”고 응원을 전한 뒤 “실종된 군인 아저씨들도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반 이유리 양(11)은 태극기를 들고 왔다. 이 양은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분들, 저희들을 지켜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6학년 3반 담임 김수연 씨(25·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나라를 지키는 분들이 얼마나 수고하시는지 아이들이 깨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한 합동분향소에서도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출근길에 분향소를 찾은 조원상 씨(31·회사원)는 “오늘이 고인들을 분향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 같아 집에서 30분 일찍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세영 SBS 회장, 연예인 차승원 씨, 탑(최승현 씨) 등도 서울과 평택의 분향소를 다녀갔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평택 분향소는 2만6000여 명, 서울광장 분향소는 3만5000여 명(이상 누적)이 조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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